지난 2009년에 발매되었던 박주원의 첫 앨범 <집시의 시간>은 비르투오소적인 측면과 정서적인 측면이 잘 어우러진 음악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나 또한 화려한 기교 속에 가슴을 파고드는 정서적 울림에 빠졌었다. 이것은 이번 두 번째 앨범 <슬픔의 피에스타>에서도 계속된다. ‘슬픔의 축제’가 의미하듯 앨범은 화려함 속에 박주원만의 유랑자적인 정서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다. 그 유랑자적 정서는 집시 재즈, 플라맹코 등의 스타일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잇는데 그래서 그의 유랑은 한국을 넘어 세계를 상상하게 만든다.
물론 그의 기교에만 귀를 기울여도 앨범은 충분한 감상의 재미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타이틀 곡에서 사용된 기타 두 대가 좌우에 배치된 듯 착각하게 만드는 녹음은 그 자체로 흥미를 유발한다. 하지만 결코 박주원은 기교에만 귀를 기울이게 하지 않는다. 그가 선택하는 음들은 이곳이 아닌 저곳을 생각하게 하는 깊은 정서에 연결된다.
한편 최백호, 김광민, 정엽, 전제덕 등의 게스트와의 협연도 감상을 즐겁게 한다. 특히 ‘방랑자’에서 읊조리는 듯한 최백호의 노래는 앨범이 지향하는 유랑자적 정서를 멋지게 대변한다. 이 외에도 김광민의 우수를 머금은 피아노 연주(애인), 애상적인 전제덕의 하모니카(Manouche Waltz), 이국적인 복고를 느끼게 해주는 정엽의 보컬(빈대떡 신사)이 박주원과 정서를 공유하며 앨범의 맛을 깊게 해주었다. 쓸쓸한 마음에 어딘가 홀로 떠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보다 먼저 들어야 할 앨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