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뢰딩거의 고양이 – 에른스트 페터 피셔 (박규호 역, 들녘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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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딩거의 고양이는 과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 고양이는 에르빈 슈뢰딩거가 베르너 하이젠베르그로 대표되는 양자역학의 불완전성을 증명하기 위하여 시도한 사고실험 속에 존재한다. 방사성 핵이 들어 있는 기계와 독가스가 들어 있는 통이 있는 상자에 갇힌 이 고양이는 상자 안에서 죽어 있거나 살아 있을 수 있는 확률이 50%이다. 그렇다면 그 고양이는 살아 있는 것인가 죽어 있는 것인가? 이에 대해 과학자들은 상자를 여는 순간 고양이의 상태가 결정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무튼 슈뢰딩거의 고양이라는 책 제목을 보았을 때 나는 양자역학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일부분일 뿐. 저자는 물리학, 화학, 생물학, 심리학 등에서 유명한 인물들의 과학적 인식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짧게 풀어나간다. 그래서 과학 전반에 관한 통찰이라기 보다 재미있는 단편을 소개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러나 마지막 장인 ‘과학사의 흥미로운 사실들’에 포함된 글들은 이 책의 부제인 ‘과학의 아포리즘이 세계를 바꾸다’에 맞는 저자의 아포리즘을 제시한다. 전반적으로 짧은 단편의 소개로 일관되었다고 깊이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과학자들이 단순히 실험과 수식에 갇혀 사는 것이 아니라 늘 세상을 생각하고 그 세상을 제대로 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그리고 과학자들 중 상당수가 과학 외에 인문학에도 큰 관심을 가졌고 또 그로부터 과학적인 사고를 이끌어 냈음을 확인시킨다. 하이젠베르그, 닐스 보어, 포엥카레 등이 그런 경우다. 한편 과학자들의 발견 혹은 깨달음 이후 예술을 비롯한 주변 학문의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어 과학을 실험실에 머무는 학문으로 생각하지 못하게 하기도 한다.

아쉬움도 있다. 언급했듯이 재미있는 과학사의 단편을 소개하다 보니 소재 중심으로 흐르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 오히려 몇 개의 글을 줄이더라도 각각의 이야기를 보다 충분한 분량으로 풀어갔더라면 훨씬 더 좋았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이 과학에 관심 없는 독자를 위한 책이기에 이러한 아쉬움이 발생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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