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에서 우리가 만나게 되는 아름다움은 무엇일까?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나무들이 제일 먼저 눈에 띄겠지만 그 숲을 걷다 보면 나무의 은은한 향을 따라 숲의 속을 형성하는 공간 자체가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삼림욕이라는 것이 그래서 좋다고 하지 않던가? 해금 연주자 꽃별의 이번 앨범 타이틀은 ‘숲의 시간’이다. 그래서일까? 이번 앨범은 악기의 소리가 여운까지 넉넉히 퍼질 수 있는 여유로운 공간감이 매력으로 다가온다. 오케스트라와 함께 했던 지난 앨범이 음악적 의도가 다소 과했다는 느낌을 주었다면 이번 앨범은 마음을 비우고 소리의 결을 따라 꽃별의 감성을 그대로 표현하려 했다는 인상이 강하다. 그렇기에 이번 앨범은 국악기와 양악기가 어우러진다는 형식적인 측면, 음악적인 측면의 평가를 뒤로 물리게 한다. 그저 동서양을 가르지 않는 악기들이 편안하게 어울릴 뿐이다. 실제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해금 외에 다른 악기들의 솔로에도 큰 비중을 할애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앨범은 꽃별의 해금 연주가 아니라 첼로, 피아노, 기타, 거문고, 비올라 다 감바 등이 모여 만들어 낸 고운 음악과 그 음악 사이로 흐르는 여백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감정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시조처럼 숲, 비, 바다, 안개, 바람 등을 통해 사랑, 그리움 등을 차분하게 그려나가는 이 앨범의 담담한 정서에 매료되리라 본다. 복잡한 현실을 정화하고 담백한 상상으로 이끄는 앨범으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