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는 머리가 복잡하거나 집중이 필요할 때 수학 문제를 풀곤 했다. 그냥 고교시절 공부했던 <수학의 정석>이나 <해법 수학>의 아무 페이지를 펼쳐놓고 문제를 푸는 것이다. (그래도 방정식 문제가 제일 풀기 좋다.) 그래서 과학에서 수학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 있다. 그런 중에 이 책을 한번 보았다.
책은 고등학생 세 명과 중학생 한 명이 피타고라스의 정리, 서로소, 소수 등의 기본 원리를 파헤치면서 법(Mod), 군(群), 군(體)등을 거쳐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까지 공부해 나가는 과정을 소설 형식으로 서술하고 있다. 그러면서 미묘한 연애의 느낌도 넣어서 작은 흥미도 유발하고 있다.
이 책은 지금의 중고등학생이 읽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요즈음 수학 교육은 어떤지 모르지만 내가 수학을 배울 때는 교육 방식이 원리보다는 방식에 치중한 경향이 있었다. 왜 그런 식이 나왔고 그 식이 어떤 효용이 있는지 잘 설명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학교 수업에서는 그런 것을 잘 가르쳐주지 않는다고 나온다. (그럼에도 학교 수업을 잘 들어야 하는 것은 그래도 문제를 푸는 엄정한 방식을 익힐 수 있기 때문이란다.) 이러한 공식 위주의 수학은 자칫 암기 과목이 될 수 있는데 그것의 가장 위험한 결과는 응용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대수와 기하를 연관시킬 수 있는 능력을 키우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증명 등에 관한 문제에 있어 어떻게 접근하고 어떻게 검증해야 하는지 생각하기 어렵게 한다. 바로 그 부분을 이 책은 건드린다. 그래서 암기가 아닌 원리를 이해하고 논리적 가설을 세우고 적용하고 확인하는 절차를 익히게 한다. 나아가 수학이 왜 필요하고 얼마나 재미있는 학문인지 생각하게 해준다. 특히 내겐 오일러의 공식()과 등식()이 인상적이었다. 책에 묘사된 대로 정말 아름답더라.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n은 3 이상의 정수)를 만족하는 0이 아닌 정수 x,y,z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명제를 가리킨다. 이 명제 자체는 그리 특별하지 않게 보이지만 357년간 이에 대한 해답은 완벽히 증명되지 않았다. 그리고 증명의 시도 속에서 이 정리가 우리가 알고 있는 여러 수학적 주제들과 관련이 있음이 밝혀졌다. 이것을 이 책은 보여준다. 즉, 피타고라스 정리는 중학교 수준이고 페르마의 정리는 대학 이상의 수준으로 보여 관련이 없을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이 후에는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단순히 피타고라스 정리가 n이 2일 때를 나타내기 때문만은 아니다.)
일반인이 이 책의 수학적 내용을 100% 이해하려고 한다면 이 책은 보다 더 깊은 독서를 요구한다. 그러나 그냥 가벼이 읽는다 해도 상관 없다. 적어도 수학에 대한 오해 정도는 풀 수 있으니 말이다. 나는 조금 더 깊이 읽어서 후에 내 아이에게 이런 식으로 수학을 가르쳐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