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과학에 관심이 있지만 과학을 잘 모른다. 그보다 과학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많이 부족한 편이라 하고 싶다. 그래서 한 권의 책을 여러 번 읽는 것도 좋겠지만 비슷한 책들을 여러 권 읽어 자연스러운 반복 효과를 얻으려 하고 있다. 이 책도 그런 나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책이다.
이 책은 과학사상 과학사의 흐름을 확연하게 바꾸어 놓았다는 혁명 10개를 소개하고 있다. 토마스 쿤이 말하는 한 시기의 정상과학이 무너지고 새로운 과학이 자리잡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온 사건을 서술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코페르니쿠스의 혁명을 시작으로 화학, 생물학, 물리학, 천문학 등에서 있었던 혁명들일 이야기한다. 또한 각 혁명마다. 뉴턴, 라브와지에, 맥스웰, 아인슈타인, 다윈, 클라우지스, 가모브 등의 과학자를 중심으로 내세워 혁명의 완성자 혹은 주체를 생각하게 한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면 이 책에서 말하는 혁명이 그렇게 하나의 사건처럼 명확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작은 변화들이 긴 시간 동안 축적되어 이루어진 것이라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본다면 혁명이란 말은 다소 어울리지 않을 지도 모른다. 적어도 혁명이라 하려면 과학사의 단절을 가져올 정도의 충격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혁명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책에 언급된 과학자들이 혁명의 출발점을 제시했거나 마무리를 지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엄밀하게 본다면 혁명이라기 보다는 과학의 분화과정에 관련된 제목이 더 어울렸겠다 싶기도 하다. 아무튼 결국에 책의 내용은 현대 과학의 탄생과 분화를 이야기하는 꼴이 되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각 장의 설명에 있어 모르는 독자를 배려한 나머지 역사적인 서술, 흐름에 치우쳐 혁명의 주요 내용과 성과의 비중을 많지 않게 가져간 것은 아쉽다. 그래서 혁명적인 면이 많이 부각되지 못한 것은 아닌지. 결국 거대한 틀을 이해하게 하려 했던 것일까? 하긴 만약 설명이 더 자세해졌다면 나는 조금 더 머리를 싸매고 책을 읽었을 것이고 그럼에도 덜 이해했을 것이다. 그래도 또 전문가 수준은 아니더라도 그런 지적 모험을 해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서 조금만 더 나아갔다면 어땠을까? 그만큼 내가 이해도가 높아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