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민담 전집: 프랑스 – 김덕희 엮음 (황금가지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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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력은 떨어지고 읽는 행위 자체는 포기할 수 없고…그래서 고른 책이 이 책이다. 그냥 할머니가 들려주시는 옛날 이야기를 읽는 마음으로 하나씩 읽으면 될 것 같아서였다. 실제 그리 읽으니 부담이 가지 않아 좋았다.

 

언젠가 세계의 다양한 민담을 연구해서 류의 원형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정신을 찾아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실제 이런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아무튼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은 어느 나라, 어느 지역이건 지역화된 외적인 부분을 제외하고는 거의 유사한 구조와 주제의 민담, 전설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볍게 보면 밤늦게까지 아이들이 돌아다니게 하지 않기 위해서 만들어진 듯한 귀신 이야기부터 권선징악으로 당시 힘겨운 삶을 살던 민중의 애환을 느끼게 해주는 정치적 은유가 깔려 있는 이야기까지 대부분의 민담, 전설들이 유사한 주제를 변주하곤 했다.

이 프랑스 민담집도 마찬가지다. 가난한 자가 공주를 구출해 삶의 성공을 이루고, 지혜로운 막내 딸, 막내 아들이 집안을 구하고, 부지런한 사람이 요정의 도움을 받으며 우둔한 악마를 놀리는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그래서 몇 세세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꼭 프랑스 민담이 아닌 세계의 민담이라 해도 좋을 법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읽는 내내 동화책을 읽는 듯한 편안함을 느꼈다.

그 가운데 나는 요정이 천사가 어렵고 힘든 사람을 도와주는 내용의 민담에 마음이 갔다. 환상문학의 시발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제 어떤 요정이 내 삶을 밝혀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전설의 시대와는 거리가 먼 오늘을 살고 있는 사람들 상당수가 나처럼 보이지 않는 조력자의 힘을 갈망할 것이다. 그럴 땐 무거운 신보다는 이런 하위급의 요정을 생각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싶다. 평생이 아니라 단 한번 삶을 Reset시켜주기만 하면 조금은 더 마음이 편할 텐데 말이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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