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좋아하고 서울을 좋아하기에 관련 책들을 찾아 읽는 와중이 이 책이 걸렸다.
이 책은 말 그대로 서울의 밤 문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1부와 2부로 나누고 이를 각각 기자 두 사람이 글을 썼다. 그 가운데 1부는 일제시대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밤 문화의 흐름을 개괄한다. 그래서 고급스러운 기생 문화부터 서민이 자주 드나들었던 선술집, 그리고 막걸리에서 소주 그리고 맥주, 양주로 이어지는 술의 변천, 일제시대 모던보이 모던 걸들을 사로잡았던 카페 문화, 80년대 초반까지 유지되었던 통금, 그리고 캬바레, 고고장 등의 클럽, 텔레비전과 극장 등을 주제로 한 밤 이야기들이 나온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적절한 당시의 신문기사와 사진을 근거로 진행되는데 당시엔 어땠는지 모르지만 지금 보면 일종의 향수처럼 다가온다. 그리고 정치적 상황과 상관 없이 밤은 여전히 디오니소스적인 세계로 힘을 발휘했음을 느끼게 된다. 이처럼 다소 유흥 쪽에 치우친 감이 있지만 1부에 전개되는 서울 밤 이야기들은 아주 세밀하지는 않지만 ‘낮과 다른 새로운 밤 서울로의 산책’이라는 책의 부제에 어울리는 상상을 유도한다.
그러나 2부는 상당히 실망스럽다. 현재의 서울 밤 문화를 다루겠다고 했는데 1부와는 분위기와 느낌이 다르게 진행된다. 그래도 이것은 글쓴이가 다른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감안할 수 있다. 하지만 비판도 아니고 소묘도 아닌 어중간한 서술은 심하게 말하면 1부의 분량에 맞추기 위해 글을 늘렸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는다. 1부가 시간의 흐름을 따르고 있다면 2부는 노래방, 찜질방 등 서울의 방문화, 문화지구 대학로의 유흥화, 청계천 등의 공간을 주제로 서술을 하는데 개발 논리에 부동산 가격만 올라가는 현상을 비판한 것까지는 좋지만 서술이 다소 피상적이다. 종합적인 면이 부족하다. 그리고 사실 방문화 같은 것은 비단 서울만의 것이 아니지 않던가? 그리고 현재의 서울 밤 문화를 한다면 야간 쇼핑, 남산 등의 야경, 스포츠 관람, 심야 극장 등 더 다른 주제들을 다룰 수도 있었겠다 싶다. 서울이 정말 책에 나온 정도의 밤 문화를 지니고 있다면 정말 실망이다. 결국 조금 더 세심한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