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과 무생물 사이 – 후쿠오카 신이치 (김소연 역, 은행나무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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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나는 과학책을 물리학을 중심으로 접해왔다. 생물학은 좀 멀리한 편. 고교시절 생물을 너무나 싫어했던 것이 지금까지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하지만 과학사의 발전을 따라가면 왓슨과 크릭이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밝혀내는 부분에서 생물학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게 된다. 이 책의 저자 후쿠오카 신이치는 일본과 미국에서 분자생물학을 공부하고 연구했다. 그 경험을 이 책에 풀어놓고 있는데 문체는 물론 서술 방식이 과학을 넘어 문학적이다. 그래서인지 일본에서 과학책의 통상 판매량을 넘어서는 인기를 얻었다 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것을 화두로 자신의 경험과 그 사이 분자 생물학에서 이루어진 발전을 하나씩 서술한다. 그래서 왓슨과 크릭 외에 노구치 히데오, 에이버리, 프랭클린 등의 과학자들의 업적과 오류 등이 친절하게 설명된다. 이를 따르다 보면 생명을 탐구하려는 과학이 어떤 식으로 발전해왔으면 현재 어떤 모습인지 가늠할 수 있게 한다.

한편 이러한 과학사적인 서술 가운데 그는 생명을 주제로 한 철학적 사유를 보여준다. 그는 처음에는 생명을 ‘자기복제를 할 수 있는 것’으로 정의했다가 결국 ‘생명이란 동적 평형상태에 있는 흐름’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철학적인 결론이기도 한데 이 말은 생명이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세포 등이 늘 시간에 따라 새로이 변화를 거듭하면서도 자기 동일성을 유지함을 말한다. 우리가 어제와 오늘 같은 듯하면서도 실제로는 미세한 변화가 있으며 또 계속 혈액 순환 등 다양한 움직임이 우리를 살아 있게 하는 것이 그 예라 하겠다. 어제와 오늘의 나는 같지만 내적으로는 사실 다른 세포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말인데 다분히 철학적이다. 희미하게 나마 들뢰즈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무튼 나는 이러한 생명에 대한 정의-과학과 철학이 어우러진-가 정말 생명에 대해 적확한 것이라 생각한다.

혹시 생물학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기를 권유한다. 적당한 생각거리와 알찬 지식을 만나면서 생명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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