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호텔 – 외젠 다비 (원윤수 역, 문학동네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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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카르네 감독의 영화로도 알려진 <북 호텔, L’hotel du Nord>를 읽다. 그런데 영화를 보았다고 해서 이 소설을 그냥 지나치면 안 된다. 영화는 소설의 일부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고 스스로 이야기를 발전시켜 전혀 다른 내용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이 소설은 기승전결의 서사보다는 여러 단편 장면들의 종합에 가까운 구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은 한 가족이 ‘북 호텔’을 인수하여 운영하면서 그 안에 장기 투숙하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하나씩 보여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 장기 투숙자들은 모두 하층민들로 각자 어쩔 수 없는 삶의 이력들을 지니고 있다. 그 삶의 이력들을 하나씩 파고들면서 작가는 1920년대 프랑스의 서민 혹은 하층민의 삶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에게 어떤 동정이나 연민의 시선을 보내지 않는다. 담담하다 싶을 정도로 있는 그대로를 보여줄 뿐이다. 그래서 오히려 독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이후 삶에 대해 상상하도록 유도하는 힘이 있다.

책에 부록으로 소개된 작가의 이력을 보니 이 소설을 쓰기 전 실제 그의 부모님이 ‘북 호텔’을 인수하여 운영했던 적이 있다고 나온다. 그 호텔에서의 경험을 그대로 그린 것일까? 어쨌든 담담하면서 사실적인 서술은 자연주의 문학의 한 성상으로 읽힐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어떤 커다란 성찰을 유도하지는 않지만 호텔이 ‘모던 피혁’이라는 당시로서는 큰 기업의 새로운 건축 사업으로 인해 허물어지는 것으로 끝이 나는 것을 보면 저자는 한 시대의 종말을 말하고 싶어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 시대는 못살아도 사연은 많아도 무엇인가 아련한 향수가 있었던 시대다.

‘북 호텔’의 묘사를 보면 제마프(Jemmapes) 강변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파리 10구에 있었던 듯싶다. 그래서 그 근처를 다시 보고 싶게 하는데 정말 ‘모던 피혁’의 개발로 사라져서 지금은 흔적도 없으리라 생각된다. 반면 파리 북역 근처에서 ‘북 호텔’을 본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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