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역학 분야에서 ‘불확정성의 원리’를 제시하여 과학과 철학에 커다란 충격을 가져다 주었던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의 자서전적인 책이다. 하지만 나는 무엇 무엇을 했다는 식의 회고보다는 청소년 시절부터 이 책을 쓸 시점까지 그에게 영향을 끼친 20개의 대화를 시간 순으로 나열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런데 그 대화의 내용이 실로 방대하다. 단순히 과학의 영역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철학과 미학 등 인문학적인 대화가 상당하다. 그래서 과학, 적어도 이론물리학에는 철학적 숙고, 상상력이 필요함을 생각하게 해준다. 실제 그의 과학적 발견들은 상상을 통해 가능해진 것이다.
그렇기에 그의 대화들을 읽으면 20세기 초반 과학과 철학이 얼마나 급변하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의 과학은 결국 과학을 보다 정밀, 복잡한 세계로 이끌었고 그래서 과학과 철학이 분리되게 만들지 않았나 생각해보게 된다. 물론 이것은 그의 책임은 아니다.
요즈음 지식의 분과를 가로지르는 통합적 사유에 대해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과학 철학에 대한 관심의 증가도 이 때문이리라.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미 오래 전 과학과 철학은 한 배를 타고 있었다. 결국 최근의 흐름은 과거에 대한 향수일 수도 있는데 이것이 정당성을 갖는 이유는 이로 인해 과학이 보다 따뜻해질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즉, 과학이 가져온 의도하지 않았던 위험, 모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과학자들은 하이젠베르크처럼 인문학적 기초 위에 자신들의 연구를 진행시켜야 하지 않나 싶다. 그리고 이것은 비단 과학뿐만이 아니라 다른 학문에도 마찬가지다. 특히 정치하는 사람들은 겉으로는 그다지 유용해 보지지 않는 것 같을 지라도 철학적 기반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당파싸움도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파리로 가는 비행기에서 완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