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딜런 평전 – 마이크 마퀴스 (김백리 역, 실천문학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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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음악을 들을 때 가사에 그리 신경을 쓰지 않는다. 외국어에 능통하지 않기 때문이지만 한편으로는 음악에서 중요한 것은 사운드라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포크 음악에 그리 큰 관심을 두지 못했다. 밥 딜런의 경우는 그의 베스트 앨범을 어린 시절 들었던 것이 전부다. 그러므로 내가 밥 딜런의 평전을 읽게 된 것은 아주 뜻밖의 일이다. 사실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비트 세대가 포크로 이어진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이 책은 밥 딜런의 평전이다. 그래서 그의 출생부터 유년 시절 등 전기적인 부분은 과감하게 다루지 않고 있다. 곧바로 밥 딜런의 데뷔부터 시작한다. 또한 앨범 단위로 이야기를 진행하면서도 70년대 중반 쯤까지는 비교적 자세하게 논의하고 그 이후는 미미하게 다룬다. 즉, 밥 딜런의 전성기만을 다룬다는 것. 그 결과 그가 1960년대 미국의 민주화 운동에서 어떻게 저항의 아이콘이 될 수 있었으며 왜 갑자기 1965년 뉴 포트에서 포크를 배신하게 되었는지를 저자의 객관적 시각으로 밝히고 있다. 그래서 그의 가사가 시적인 동시에 당대의 현실을 어떻게 은유했는지, 대중들은 그의 노래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이해하게 한다. 정말 이 책 대로라면 그가 명민한 통찰력을 지니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어찌 그런 가사를 쓸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가 포크의 배신자가 된 것은 인권의 향상, 평등을 주창하는 민주화 운동의 기수가 되면서 정작 그 안에서 자신이 무화되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실제 ‘과거-민주화 운동의 기수였던-에 나는 너무 늙었었다. 그러나 지금은 더 젊어졌다’는 가사는 부조리에 대항하는 조직 안에서 소외되는 자아를 생각하게 한다. 어쩌면 그는 일종의 허무주의에 빠졌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모든 권력은 똑같다는 식의.

한편 이 책은 단순히 밥 딜런의 음악적 변화를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우디 거스리, 필 옥스, 피트 시거, 존 해먼드(버브 레이블의!), 해리 스미스 그리고 부르스 스프링스틴까지 포크 음악과 관련 있거나 포크 정신을 이어받은 음악을 펼치는 음악인들을 이야기한다. (물론 밥 딜런과의 관련성 속에서) 또한 마틴 루터 킹, 베트남 전쟁 등으로 혼란스러웠던 1960년대 미국의 불안정한 모습을 훌륭하게 소묘한다. 그래서 밥 딜런이 살았던 시대를 파악하는데도 많은 도움을 준다.

비트 세대가 왜 밥 딜런으로 넘어갔냐고? 비트 세대의 기수 앨런 긴즈버그가 포크와 밥 딜런을 좋아했고 또 그가 시인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즉, 가사보다 연주가 우선인 재즈로서는 직접적으로 저항을 표현하기 어려웠다는 한계가 포크로 돌아서게 하지 않았나 싶다. 맥스 로치, 존 콜트레인 등의 연주보다 간단한 기타 반주를 배경으로 사회 현안을 비판하는 가사를 지닌 포크 곡이 대중에게는 더 마음에 와 닿았으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60년대 프리 재즈는 밥 딜런의 1965년 이후와 같은 노선이었다 싶을 정도로 자신만의 언어를 지녔기에 더 어려웠을 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오랜 시간 밥 딜런을 듣고 그의 노래에 담긴 의미에 감동을 받았던 모양이다. 그러면서 밥 딜런이라는 인간에게 이런저런 의문을 느꼈던 듯, 그것을 평전을 통해 풀어가고 있는데 전기와 달리 밥 딜런의 직접적인 인터뷰는 하지 않은 것 같다. 오로지 그의 음악과 널리 알려진 자료에 기반하여 책을 쓴 듯하다. 자신의 입장에서 밥 딜런과 거리를 둔 것이라 할까? 이 책을 읽으며 한국에서도 외국 아티스트의 평전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예를 들면 키스 자렛의 평전을 내가 쓸 수도 있겠다는 것이다. 물론 어려운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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