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 영혼의 편지 – 빈센트 반 고흐 (신성림 편역, 예담 2005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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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가 누구인지는 잘 알 것이다. 특히 그가 고갱과의 불화로 잘라버렸던 왼쪽 귀는 하나의 전설로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그가 남긴 해바라기, 들판, 빛나는 별들 그림은 엽서 등의 팬시 용품으로 될 정도로 친숙한 인기를 얻고 있다.

그는 평생 그에게 정신적 경제적 후원을 해준 동생 테오와 편지를 주고 받았다. 테오 외에도 다른 동료 화가들과도 주고 받았다고 하는데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동생과 주고 받은 편지들이다. 이 책은 바로 그 편지들을 정리하고 있다.

반 고흐의 편지를 보면 위대한 예술가는 천재적 영감으로만 만들어지지 않음을 생각하게 된다. 그는 늘 좋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 차근차근 노력에 노력했으며 스스로도 연습만이 최고라고 동생에게 말하곤 했다. 그저 대충 그려서 될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대상을 이해하고 자연스러운 표현 속에서 개성을 잡아 내기 위해 그는 그리고 또 그리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노력이 자신의 생전에 인정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늘 불안해 했다. 사실 이것은 그가 유명해지고 싶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림을 팔아 매번 돈을 보내주는 동생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어서였다. (정작 생전 그의 그림은 그다지 많이 팔리지 않았지만 말이다.) 사실 나는 그의 편지를 읽으면서 그의 삶의 가장 큰 불행은 경제적인 문제였으리라 생각했다. 좋아서 기꺼이 굶어가며 그림을 그리지만 경제적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 동생에게 매번 짐이 된다는 미안함이 그를 미치게 했었으리라 생각한다. 만약 이런 부담이 없었다면 그는 자살로 생을 마감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동생 테오도 대단한 인물이다. 정말 그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형을 사랑했고 또 형을 후원했다. 그래서 형이 세상을 뜨고 6개월 뒤 세상을 떴는지 모르지만 형의 편지에 대한 답장을 보면 늘 형을 걱정하고 진정으로 후원하고자 하는 의지가 보인다. 그러므로 고흐가 그리 부담을 갖지 않았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한편으로는 동생의 무한사랑이 고흐에게는 더 부담이 되었을 지도 모르겠다.

한편 편지들을 읽다 보면 고흐가 뛰어난 감성을 소유자라는 것 외에 꾸준한 비평적 독서를 즐겼던 인물이었음을 생각하게 된다. 특히 프랑스 작가들에 대해 뛰어난 식견이 있었다. 그래서 그의 편지 일부는 미술과 문학에 대한 예술론으로 보아도 될 정도다. 난 이 부분이 제일 재미있었다. 또한 자신이 그린 그림들에 대해 테오에게 동기부터 표현까지 상세한 설명을 자주 해주는데 이것을 읽고 그림을 보면 느낌이 확 다르게 다가온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들이 낭만적이라 생각하는 “별리 빛나는 밤” 그림들이 실은 불안한 정신 상태로 괴로워하던 고흐의 상황을 반영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림은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빌리 할리데이의 노래들이 그녀의 고통스러운 삶을 알게 되면 달콤함 보다는 쓰라림으로 다가오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두툼한 그의 화집을 프랑스 판으로 갖고 있다. 15년 전쯤에 구입했던 것인데 나는 그의 불타는 듯한 노란색과 심연을 지닌 듯한 코발트 블루에 빠져서 거금을 주고 화집을 구입했었다. 그러나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그냥 책장 한쪽에 꽂혀 있다. 그 그림들을 다시 한번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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