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이란 무엇인가? – 프랑수아즈 발리바르,장 마르크 레비 르블롱, 롤랑 르우크 (박수현 역, 알마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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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제목에 이끌려 구입한 책이다. 그런데 페이지 수가 150여 페이지 밖에 되지 않아 놀랐다. 적어도 300여 페이지에 걸쳐서 물질을 이야기할 것으로 기대했던 것이다.

이 책은 세 명의 물리학자의 글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 글들은 서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먼저 프랑수아즈 발리바르가 쓴 첫 장은 실체와 물질이라는 주제로 그리스 철학부터 뉴튼, 라이프니츠에 이어 그리고 아인슈타인의 등장 무렵까지에 이르는 긴 시간 동안에 펼쳐진 물질에 대한 개념을 정리한다. 예를 들면 아리스토텔레스는 물질 자체가 형상과 물질의 결합으로 보았고 이것이 갈릴레이와 뉴튼을 거치면서 운동-관성 개념이 가미되었으며 아인슈타인에 이르러서는 물질은 에너지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런 서술은 과거 과학과 철학이 함께 했던 시절을 확인하게 해준다. 글쓴이의 관점을 따른다면 갈릴레오가 등장하면서 과학과 철학이 분리되기 시작했던 모양이다. 형상 중심의 형이상학에서 실체 중심의 과학적 사고로 물질을 바라보는 관점이 이행했으니 맞는 말이다. 어쨌건 탈레스, 파르메니데스, 아리스토텔레스 등의 철학이 과학과 동일한 선에서 다루어지는 것을 보면 과학 또한 존재론적인 의문에서 물질, 실체에 대해 의문을 가져왔음을 생각하게 된다.

이어 장 마르크 레비 르불롱이 쓴 두 번째 장 ‘현대 물리학에서 물질이란 무엇인가>’는 어쩌면 이 책의 핵심이 아닐까 싶다. 이 글을 통해 글쓴이는 구체적인 공간을 점유하고 질량을 갖는 것으로 정의되었던 물질 개념과 단절하고 물질을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양자의 세계에서 파악하려 하는 현대 물리학을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실체라는 개념은 이제 과학적으로는 그다지 유효한 것이 아님을 말한다. (‘원자’가 부서진 것이 좋은 예일 것이다.)그런데 E=mc2-2는 지수-로 대표되는 아인슈타인의 공식과 양자물리학이 새로운 차원에서 물질을 탐구하는 것에서 저자는 갈라졌던 철학(형이상학)과의 새로운 만남이 가능하고 필요해졌음을 생각하게 한다.

한편 롤랑 르우크가 쓴 마지막 장 ‘물질의 탄생’은 천체물리학의 관점에서 물질이 탄생하던 최초의 3분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후 우주의 암흑물질 등의 탐구를 통해 알려진 여러 과학적 사실들을 통해 현대 물리학이 아직 파악하지 못한 새로운 기본 물질의 존재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러한 내용들은 얼핏 보면 매우 어려울 것 같지만 조금이나마 과학과 철학적 지식을 습득한 사람들이라면 충분이 이해 가능한 것들이다. 물질을 중심으로 물리학사를 정리한 것으로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어렵다면 오히려 짧은 분량으로 서술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세세한 물리학적 설명은 막힐 수 있어도 물질에 대한 인식 변화를 말하고자 한 책의 주된 내용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PS: 아! 마지막 장에 예로 든 표가 언급만 되고 정작 표는 보이지 않는다. 편집의 오류인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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