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 나스메 소세끼 (유은경역, 향연 2009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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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읽었던 나쓰메 소세끼의 <그 후>를 매우 인상 깊게 읽었던 생각이 난다. 오래된 작가임에도 감성과 문체 모두가 상당히 현대적이었다. 그래서 하나 더! 하는 마음으로 이번 소설을 과감하게 선택했다.

그래서 읽고 보니 이 소설이 <그 후>의 후편 격에 해당함을 알게 되었다. <산시로>라는 소설과 함께 3부작을 구성하며 이 소설이 마지막 편에 해당한다고 한다. 하지만 앞의 <산시로>와 <그 후>가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면 <문>은 그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고 한다. 그래도 내용과 주인공의 성격, 상황은 연작 이상의 관련성이 있다.

소설의 내용은 <그 후>만큼이나 간단하다. <그 후>에서 친구의 아내에게 빼앗겨 부유한 부모님의 원조를 받지 못하게 되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그려졌는데 <문>은 그 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도쿄에서 적당히 현실과 거리를 두고 큰 성공이나 화려함 대신 특별한 일 없이 소소한 일상을 즐기며 아내 요요네와 살고 있는 주인공 소스케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그 소소한 삶을 살며 서로를 아끼고 이해하는 사랑 저편에 친구를 배신하고 남편을 배신한 불륜이었다는 죄책감이 그림자처럼 부부를 따라다닌다. 그래서 과거 친구를 다시 볼 지도 모를 상황에 위기감을 느끼지만 이내 그 불안마저 받아들인다.

내용만을 두고 보면 단편으로 써도 좋을 정도로 단순하다. 하지만 줄거리 중심으로 보면 이 소설의 재미를 제대로 느끼지 못할 것이다. 이 소설의 재미는 소소한 일상에 대한 소스케의 느낌, 그의 상황에 대한 감정 묘사에 있다. 특별히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작가는 시적으로 이 모든 것을 표현한다. 그리고 그 표현이 상당히 현대적이다. 일요일 전차를 타면서 자신이 주중에 지나간 길을 새롭게 보는 것이나 물건에 대한 욕심과 자제는 전혀 지난 시대의 것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리고 월급과 인사이동에 대한 문제, 요요네가 어쩌면 심각한 병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하는 사건 등이 더 이상 발전하지 않고 조용하게 마무리된 것도 소설을 하나의 일상문학으로 바라보게 한다. 또한 쉴 수 있는 일요일을 기다리고, 일요일에 모든 욕구를 해소할 생각을 하지만 결국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하루를 보내는 소스케, 해야 할 일이 있지만 당장 급하지 않아 뒤로 자꾸 미루는 소스케의 성격 또한 현대성을 띄고 있다. 그래서 읽는 내내 나는 현대 소설로 생각하고 읽었다. 이토오 히로부미나 만주 등에 대한 이야기가 소설의 시대를 연상시켰지만 말이다.

어떻게 이처럼 모던한 문체와 사유가 가능했을까? 이것은 특히 한국 소설과 비교하면 더 큰 차이로 다가오는데 여기엔 아무래도 당시 일본인들이 식민지 국가의 괴로움을 몰랐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식민지를 둘 정도로 군사, 경제에서 번창할 때였기에 약간의 소비적이고 감각적인 맛이 강한 작품들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적어도 우리가 민족과 국가를 생각할 시기에 이들은 개인을 생각했을 것이다. 그것이 어떤 차이를 만들었다고 보는데 모르겠다. 더 다른 소설을 읽어봐야지. 그리고 우리 근대! 소설도 모처럼 읽어봐야겠다. 대학생 때 50여편 읽은 이후 읽어본 기억이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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