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시를 좋아한다. 그 가운데 서울도 좋아한다. 그래서 서울에 관한 책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었다. 저 무수한 파리를 주제로 한 책들처럼 말이다. 그 와중에 서울 문화재단에서 서울 문화총서를 기획한 것은 반가운 일이었다. <문학 속의 서울>은 바로 그 두 번째 결과물이 된다.
이 책은 1960년대부터 90년대 사이에 발표된 소설 가운데서 서울이 묘사된 52편-몇 편은 시와 노래 가사다-을 소개하고 있다. 그렇다고 단순히 줄거리를 소개하는 것은 아니다. 또 반대로 어떤 문학 평론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저자의 감상문 같은 글, 서울에 대한 묘사 자체의 인용으로 채워져 있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의 서술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이 책은 해방 이후 서울이 경계 부흥이라는 미명하에 빈익빈 부익부의 방향으로,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전통을 허무는 방식으로 역사를 진행시켜왔다는 것을 설정해 놓고 52편의 소설을 바라본다. 물론 이런 시각은 나름 설득력이 있다. 독재와 부패가 그만큼 많았고 그로 인해 요즈음 자주 사용되는 양극화의 길을 걸어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52편의 소설 모두를 이런 논리 하에 설명하는 것은 52번의 동어 반복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저 한 챕터 정도로 이런 서술을 하고 다른 방향에서 서울을 바라보는 것은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강하다. 그렇게 볼 수 없을 정도로 서울의 역사가 어두웠다고?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실 힘든 삶 속에서도 그 안에는 작은 낭만이 있고 즐거움이 있다. 이를 거시적으로 보면 허망한 것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그 미시적 낭만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일단 그것을 긍정해야 한다. 만약 그것이 불가능했다면 서울을 직간접적으로 묘사한 한국 문학은 부정적 세계관에 빠져 있었다고 저자들이 결론 내리는 것이나 다름 없다. 분명 같은 내용을 다루더라도 보다 담담하게 서울의 변모를 그렸어야 했다. 서울의 발전에 대한 빛을 그리고 그 다음에 어두움을 그리는 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90년대 소설들에 나타난 서울의 모습을 조금 더 많이 그렸다면 조금 이런 부당한 느낌이 덜 들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정치, 경제와 상관없이 욕망과 소비의 사회로 변모한 서울 말이다. 그래서 대도시 특유의 외로움, 소외 현상 등이 언급되었어야 했다고 본다.
책 표지에 보면 근대화의 희생양이 된, 소외된 사람들의 모습, 발전의 상징인 스카이라인 뒤의 아련한 모습을 그렸다고 했는데 이것은 허구다. 그리고 서울이라는 도시는 말 그대로 뒷모습만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어쨌건 빛과 어둠을 다 그려야 한다. 그렇기에 이 책은 서울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실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