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소설가 아베 코보의 1962년도 작품 <Suna No Onna>의 번역본이다. 이 소설은 1962년 발표된 후 아베 코보에게 명성을 가져다 주고 영화화 되기까지 했을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다고 한다. 실제 책을 잡은 후 나는 빨려들 듯이 책을 놓지 않고 거의 단번에 마지막까지 읽어버렸다.
이 책은 장르상으로 보면 환상문학이라 할 수 있다. 모래 사구 깊은 곳에 위치한 집에 의지와 상관 없이 갇혀버린 남자의 이야기는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존재하기 어려운 이야기다. 그러나 이 기괴한 상황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다양한 차원에서 독해가 가능할 듯싶다. 예를 들면 시스템과 개인의 문제, 그리고 그 적응의 문제, 소설 속에도 등장하는 삶의 뫼비우스 혹은 시지프스적인 측면 에서 바라볼 수 있겠다. 실제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존재하지 않은 듯하면서도 실제는 폭력적인 조직과 그 안에서의 개인적 저항과 순응을 생각했다.
그러나 이 소설의 재미는 주제적인 측면 외에 작가의 정확하고 세밀한 묘사와 이를 기반으로 한 상상력과 구성이었다. 예를 들면 작중 주인공이 잡고자 했던 곤충 좀길앞잡이에 대한 과학적 묘사는 후에 모래 속에 사는 주인공의 존재에 대한 복선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모래에 대한 작가의 묘사를 보라. 현대 작가도 쉽게 떠라 하기 힘들 정도로 섬세하다. 그래서 이 소설이 1960년대에 나왔다는 사실이 난 놀랍다. 하지만 소설 속에 등장하는 신문 기사들의 헤드라인들이 지금 현재의 신문에도 그대로 적용 가능하다고 하면 1960년대 일본 사회는 긍정적으로나 부정적으로나 현대성을 확실히 획득했다고도 볼 수 있겠다. 아무튼 이 책을 읽으며 확실히 일본의 문학적 환경과 우리의 문학적 환경에 차이가 있음을 느꼈다. 그것이 역사/정치적인 측면과 맞물려 있지 않나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