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추락 – 하진 (왕은철역, 시공사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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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문 사태 이후 미국에 거주하며 명성을 얻고 있는 중국 소설가 하진의 단편 모음집이다. 여러 유명 문학상을 받거나 후보에 오를 정도로 유명하다지만 나는 이 소설로 그를 처음 만났다. 그래서 이전에 그의 소설이 어떤 경향이었는지는 알 지 못한다. 해설을 보니 이전까지는 미국에 살면서도 중국에서의 이야기를 썼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 소설 집에서는 역시 중국인들을 앞에 내세우지만 장소는 미국, 중국인들이 모여 산다는 뉴욕의 플러싱 가로 바꿨다.

아무튼 여러 단편을 통해 작가는 미국에서 어렵고 힘들게 사는 중국인들의 삶을 차분히 조명한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중국에 배우자가 있음에도 계약 동거를 하는 커플의 이야기처럼 생존을 위해서 이방인으로서의 여러 문제를 극복해야 하는 중국인들의 이야기나, 중국 이름을 바꾸고자 하는 손자, 손녀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야기, 미국식 삶을 이해하지 못하는 시어머니가 아들 부부와 겪는 갈등 이야기처럼 문화적 충돌, 근원의 상실 등에 대한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 이야기들은 플러싱가의 중국인들이면 누구나 겪을 법한 설득력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다소 무겁고 우울할 수 있는 주제들을 작가는 곳곳에서 해학적인 상황을 넣어 해결하는데 그것이 참 매력적이다. 쿵후 사범으로 플러싱가의 절에 왔다가 돈을 받지 못해 죽기로 결심했는데 그러자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멋진 추락’같은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지난 해 조금 읽다가 그만 두었었다. 당시 내가 무지 피곤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중국인들의 이야기라는 생각에 그리 공감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상한 이야기일 지 모르지만 아직 중국문학이 먼 나는 미국인들의 삶을 다룬 소설이 더 가깝게 느껴지는 편이다. 중국 이야기에 비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다시 읽으니 하진이라는 작가의 문체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능력에 매료되었다. 그리고 우리 한국 교포들도 이런 일들을 겪었겠다는 생각에 많은 공감도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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