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어느 인문학자의 스포츠 예찬”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스포츠에 관한 책이다. 그렇다고 단지 한 인문학자가 좋아하는 운동 경기에 대한 에세이로 생각하면 안 된다. 저자는 이른바 스포츠 미학에 관해 진지하게 이야기 한다.
사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를 즐기면서도 그에 대해 진지한 접근을 할 때는 정치적인 맥락-예를 들면 정치적 과시를 위한 올림픽-이나 상업적 맥락-아마추어리즘이 사라져가는 경쟁 중심의 스포츠 세계-에서 비판을 해왔다. 저자는 이러한 시각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그 이전에 스포츠를 스포츠 그 자체에서 보는 시각이 부족했음을 역설한다. 그래서 왜 우리가 현실에 이익을 주지 않는, 상관 없는 스포츠에 열광하는가를 하나씩 파헤쳐 나간다. 그래서 칸트의 미락 등을 통해 먼저 스포츠가 일반 예술처럼 순수한 감상의 대상이 있음을 제시한다.
그리고 나서 저자는 퍼포먼스, 현존, 아곤(경쟁), 아레테(탁월성을 향한 노력), 비극, 변형의 용어를 통해 스포츠를 정의한다. 아마도 몇 독자는 이 정의 자체에서 경쟁 중심으로만 흐르고 있는 현 스포츠 경기의 진행 방식에 대한 비판을 읽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스포츠에 대한 정의에서 출발해 저자는 ‘조각한 듯한 육체, 죽음에 직면한 고통, 육체의 잠재력을 향상시키는 도구, 형식의 구현, 에피파니로서의 플레이, 적절한 타이밍’의 측면에서 우리가 스포츠에 빠지는 이유를 밝힌다. 그것이 바로 스포츠의 매혹과 열광인 것이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단순히 결과 중심으로 경기를 바라본다던가, 사회, 경제, 정치적 영향력에 대해 생각하며 경기를 바라보는 것이 스포츠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한편 논의를 위해 저자는 그리스 시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스포츠의 역사에 대한 개괄과 다양한 전설적 선수들에 대한 예시를 사용한다. 이것이 다소 딱딱할 수 있는 내용을 쉽게 이해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자연스럽게 스포츠 미학이 성립될 수 있음을, 그저 어떤 도구가 아니라 그 자체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평범한 인문학자라고 하는 저자가 지닌 스포츠에 대한 관심에 놀랐다. 그는 야구, 축구, 농구, 아이스 하키는 물론 F1 자동차 경주, 스모, 육상 등 실로 방대한 종목의 스포츠에 관심을 두고 지속적으로 경기 관람을 하고 있었다!
사실 모든 것은 저마다 타고난 아름다움이 있다. 그것은 그 자체로 바라볼 때 발견할 수 있다. 저자는 스포츠를 그 자체로 바라보며 그 안에 내재된 특성과 매력을 파악했는데 이처럼 다른 모든 것들도 층위는 다를 수 있어도 아름다움을 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