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처럼 – 김경욱 (민음사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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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일부러 머리를 쉬게 하려고 소설이나 시의 비중을 늘렸다. 그러던 중 이 소설을 읽게 되었다. 그런데 읽고 나니 이 소설이 최근 종영되었다는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 나왔었다고 한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골랐는데 그런 소설이었다니 재미있다.

이 소설은 도화적인 느낌으로 한 남녀가 운명처럼 만나 두 번 헤어지고 다시 세 번 결합하는 과정을 그려나간다. 그리고 며칠 전에 일었던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처럼 간은 상황, 사건을 두고 남녀의 시선을 오가며 서술되고 있어 연애와 부부 관계의 미묘한 남녀의 차이를 엿볼 수 있게 한다. 게다가 소설에 등장하는 갈등의 사건들, 심리들이 실제 연애나 결혼 생활에서 만날 수 있는 것들이기에 이것에 좌절하고 다시 극복하는 남녀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 일종의 성장 소설로 바라보게 한다. 개구리와 공주의 입장 차이랄까?

한편 내용이야 그렇다지만 이 소설의 구성은 맨 앞에 제시된 두 동화-거울처럼 서로 유사한 구조로 각각 왕자와 공주 입장에서 서술된-처럼 전체 구조가 남녀 주인공을 중심으로 맞물리며 돌아간다. 예를 들면 두 주인공 모두 다른 이성을 먼저 좋아했었다는 것, 그리고 후에 이 옛사랑 때문에 서로 갈등하게 된다는 것, 남자는 아버지의 침묵과 시선에 갇혀 살았었고 여자는 어머니의 구박을 견디며 살았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그나마 이것은 상당히 큰 부분이고 더 아래로 들어가면 작은 사건조차도 남녀가 유사하면서 차이가 나는 각각의 경험이 그 아래 자리잡고 있음이 발견된다. 그래서 소설은 상당히 구조적인 면을 띄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인 측면은 결국 남녀가 서로 유사하면서 다르다는 것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어찌 보면 남녀의 상보적 관계라 해도 좋을 것 같다.

소설은 읽는 재미가 있다. 짧은 장에 간결한 문체로 이어가다 보니 쉽게 읽히면서 중간에 멈출 수 없게 한다. 동화적인 측면의 반영이라고 볼 수 있을까? 하지만 그만큼 아주 깊은 여운을 남기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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