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는 동양적 가치와 서양적 가치의 충돌을 종종 경험한다. 그러한 경험 사이에서 혼란도 느낀다. 그런데 이러한 사고 아래에는 서양은 현대적이고 합리적인 것이며 동양적인 것은 다소 낡고 비합리적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 이 책의 저자 위잉스는 바로 이러한 선입견에 이의를 제기한다. 근대화가 꼭 서구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동양적인 것이 좋은 것이라는 수구적인 자세를 보이지도 않는다. 그보다는 동양분화의 개별성에 주목하고 이것이 지닌 가치와 현대성? 아니 현재에도 우리 삶을 이끌만한 가치가 될 수 있음을 밝힌다.
이를 위해 저자는 서양 문화와 동양 분화를 비교하면서 동양문화의 장점을 부각시키는데 주력한다. 일단 그는 서양 문화를 왜재초월형 문화로 동양 문화를 내향초월형 문화로 정의한다. 즉, 서양은 정신과 육체, 현실과 이상 등으로 현실을 재단하고 그 본질을 신에서 찾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현실이 아닌 실체로서 존재한다고 믿는 외재 세계를 상정하고 그것을 파악하기 위해 합리, 논리적 사유를 발전시켰다는 것이다. 플라톤부터 칸트에 이르기까지의 사유와 중세 기독교의 전통이 이를 말한다. 그리고 과학 역시 아인슈타인에 이르기까지 신의 그늘을 벗어날 수 없었다.(아인슈타인이 불확정성의 원리를 거부한 것을 상기하자.) 그 결과 과학이 신이 만들어 놓은 자연을 파헤치기 위해 발전할 수 있었다. 반면 동양은 나의 수양에서 가족과 국가 그리고 하늘이 하나가 되는 것을 지향하였다. 공자, 장자 등의 사상의 기본 핵심은 모두 나에서 출발하지 않던가? 즉, 본질을 나 자신에게서 찾으니 어떤 신이나 왜재 세계를 상정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공자의 仁 개념을 바탕으로 비교적 현실적인 윤리, 도덕체계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각 문화의 장점들과 한계가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난다. 서양에서의 논리학, 과학의 발전, 그리고 동양에서의 윤리학의 발전 등이 그것이다. 이런 비교를 통해 저자는 서구화가 꼭 좋은 것을 의미하지 않으며 동양적인 개별성을 살려 그 안에서 현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음을 말한다.
한편 이러한 그의 논의를 따라가다 보면 구조주의 이후 많은 서양 철학자들이 동양 사상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그들은 동양 사상에서 신을 넘어 나와 세상이 하나가 되는 길에 매력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논의를 위해 저자는 서양 철학, 과학, 그리고 동양사상의 전반을 아우른다. 대학자답게 실로 방대한 지식과 사유를 무장했다 할 수 있는데 그렇기에 그의 논의는 짧으면서도 상당한 설득력을 지닌다. 그래서 읽기 매우 편하다. 무조건 현대화=서구화로 믿는 사람들에게 권할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