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나는 퍼트리샤 하이스미스가 누군지 몰랐다. 이 책을 계기로 찾아보니 알랭 들롱이 주연했던 <태양은 가득히>-후에 맷 데이먼 주연의 <리플리>로 리메이크 된-의 원작자였다. 아무튼 이 책으로 나는 그녀와 처음 만났다.
그녀에 대한 소개를 보면 ’20세기의 앨런 포’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그래서 나 또한 추리 소설을 기대하며 이 단편집을 읽기 시작했다. 고양이가 집 근처에서 반지가 끼워진 손가락을 입에 물고 오면서 생기는 사건을 그리고 있는 첫 작품 ‘고양이가 물어온 것’을 읽을 때까지는 추리 소설적인 분위기가 느껴져 나는 그녀를 추리 소설작가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후에 이어지는 소설들은 추리 소설이 아니었다. 삶의 기저에 깔린 불안, 부조리를 그대로 건드리는 그러면서도 무겁지도 않은 소설들이 이어졌다. 그리고 그 소설들은 상당히 감각적이다. 상상 자체가 소설을 이끌어가는 동인이랄까? 소재와 작은 시작의 단초를 얻은 순간 결말까지 쭉 써내려 간 듯한 느낌이 강하다. 예를 들면 아이가 아니라 노인을 입양하고 그들의 행동에 선의가 악의로 변하는 ‘노인 입양’, 아리따운 여인을 구조한 후 서로 싸우게 되는 선원들의 이야기를 그린 ‘에마 C호의 꿈’, 돌아가신 어머니를 살아 있는 것처럼 위장하여 내게 돈을 타먹던 자들이 결국 불행한 죽음으로 이끌린다는 ‘검은 천사가 지켜보다’같은 소설은 소재 자체가 소설적 결말까지 결정했다는 인상을 준다. 그래서 나 또한 이 정도면 도전해 보고 싶어지게 한다. 그러나 일상의 불안, 긴장을 그리는 것은 쉬울 지 몰라도 역시 그것을 공감하게 하는 공감되면서도 자극적인 소재들을 상상하는 것은 확실히 그녀만의 능력이 아닐까 싶다. 또 그렇기에 영화로도 많은 작품이 만들어진 것은 아닐까?
그런데 이 책에 담긴 11편의 소설들은 소재는 달라도 거의 유사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정상,비정상을 구분하게 하는 패거리, 집단 문화, 죄의식, 자책감 등으로 요약된다. 이런 어두운 정서가 미국의 일상에 도사리고 있다고 생각한 것일까? 아무튼 그녀의 다른 소설들도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