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잘 알려진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의 소설이다. 원래 라우라 에스키벨이 영화를 염두에 두고 썼으나 영화화가 어려울 것 같아 소설로 완성을 보았고, 세계적 성공을 거두었다고 하는데 나는 이제야 소설의 존재를 알았다.
소설은 월별로 나누어진 12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각 장마다 요리 하나와 12조각으로 나뉘어진 전체 서사의 하나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 서사는 막내딸이 어머니를 평생 모셔야 한다는 이상한 전통에 괴로워하고 끝내 그 전통에서 탈피해 사랑을 성취하는 것이다. 사실 그 이야기로만 보면 소설은 상당히 단순하다. 그런데 중간 중간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기이한 현상들, 예를 들면 장미꽃잎을 곁들인 메추리 요리를 먹은 모든 사람들이 최음 효과에 빠진다던가, 닭들이 싸우다 회오리를 만들어 버린다던가 하는 식의 환상적 요소가 다소 진부할 수 있는 흐름에 색다른 생기를 부여한다. 특히 우리 몸 안에 있는 성냥들에 관한 이야기를 그대로 실천하여 성냥을 먹고 산화해버리는 티타의 모습으로 마감하는 소설의 결말은 매우 환상적이다. (아마 이런 부분 때문에 영화화가 어렵다고 판단되었고 또 같은 이유로 영화화 되었을 때 매혹 포인트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한편 각 장마다 제시되어 있는 요리들은 멕시코 요리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는 내게도 상당한 식욕을 자극한다. 하지만 워낙 요리에 관해 문외한이다 보니 몇 부분을 빼고 전체 서사와 이 요리들이 어떤 연관을 맺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꼭 그 요리여야 되는 것인지 말이다. 또한 소설은 대략 22년간의 시간을 담고 있는데 1월부터 12월까지로 장을 구분하는 것은 어떤 의도인지. 하지만 이러한 의문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 읽는 맛이 상당하다.
끝으로 이 소설의 원제는 “Como Agua Para Chocolate”다. 우리말로 한다면 “초콜릿의 비등점(沸騰點)처럼”으로 이해될 수 있겠다. 그리고 조금 문학적으로 고친다면 “초콜릿이 끓을 때”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렇다면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은 어디서 나온 것인지 궁금하다. 역자에 의하면 영화가 국내에 소개될 때 이 제목으로 소개되어 할 수 없이 이 제목을 사용했다고 한다. 아무튼 제목 자체는 매혹적이고 그래서 독서의 흥미를 자극하기는 하지만 내용과 관련을 지어 생각하면 제목으로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초콜릿이 끓는 순간이 아마도 멕시코어로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심리 상태, 상황을 의미하는 듯한데 그에 비하면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은 너무 부드럽다. 그리고 요리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소설 제목으로 그 요리 가운데 하나-그다지 큰 위치를 차지하지도 않는 요리 하나를 그것도 달콤 쌉사름이라는 수식과 함께 제목으로 사용한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