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니체의 철학을 정리하면서 동시에 들뢰즈가 바라본 니체를 다각조로 조망하고 있다. 사실 니체가 반민주주의자적인 성향이 있었다는 주장이 있지만, 또 이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니체 철학의 위대함을 부정할 수는 없을 듯하다.
저자는 니체의 철학의 핵심을 차이에 대한 긍정으로 바라보며 그것의 완결을 영원회귀로 설명한다. 하지만 니체가 영원회귀에 대해서 다소 흐릿하게 주장하고 세상을 떠났기에 그 모호함을 대승 불교의 시조라 불리는 용수의 연기론(緣起論)을 통해 설명하고 다시 들뢰즈에 의해 현대 철학에 끼친 영향을 제시하며 실천철학으로서 니체 철학을 조망한다.
그렇다면 니체의 차이란 무엇일까? 사실 이 부분은 들뢰즈의 차이와 다를 바가 없어서 저자가 들뢰즈가 니체 철학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 주장하려는 것인지 니체에 대한 들뢰즈의 관점을 적극 수용하는 것인지 명확하지는 않다. 그러나 차이에 대한 설명은 다른 책들보다 훨씬 쉽게 이해된다. 저자는 차이를 고정된 것이 아니라 생성 그 자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전 헤겔이 제시한 차이의 변증법은 차이를 고정불변한 것으로 두어 풍성한 생성을 이끌어내지 못했음을 밝힌다. (이 경우는 수많은 차이의 생성 가능성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이것을 저자는 용수의 연기론이 지닌 이시적 상호의존성을 통해 설명한다. 이것은 원인과 결과의 단선적 인과론을 부정하고 모두 원인이자 결과일 수 있음을 말하는 것으로 우연과 그를 통한 생성을 사유할 수 있다. 이것은 현재는 단지 과거의 결과일 뿐이라는 숙명론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준다. 즉, 우연 혹은 우발성이 끼어들면서 과거의 원인에 따른 결과가 아닌 새로운 사건이 생성될 뿐 아니라 과거의 원인에게도 새로운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차이에 대한 긍정, 현재에 대한 긍정이다. 다. 그리고 현재에 대한 긍정과 사랑이 영원회귀를 이룬다.
그런데 저자는 현대 사회가 차이를 긍정하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차이를 인위적으로 승인하는 것에 지나지 않고 있음을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남자와 여자의 차이, 피부색의 차이 등은 생물학적이 아니라 특정 사회 조건하에서 만들어진 것이 된다. 그러므로 진정한 차이 생성을 위한 정치학-들뢰즈의 표현대로라면 소수 정치학이 필요하게 된다.
이러한 내용을 서술함에 있어 저자는 상당히 편한 문체로 서술한다. 특히 내게는 영원회귀에 대한 이해 외에도 니체가 왜 초기에 소크라테스 이전의 그리스 철학을 높이 평가했는지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또한 들뢰즈의 니체 읽기도 자연스레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 니체에 관한 책이지만 니체와 들뢰즈의 관련성 그리고 그들 각자를 이해하기에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