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의미 있는 사물들 – 셰리 터클 역 (정나리아, 이은경 공역, 예담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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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는 작은 마들렌느 과자 하나로 추억으로 단번에 공간 이동을 하는 이야기-공상과학은 아니다-로 시작된다. 파트릭 모디아노의 소설들을 보면 작가가 묘사하는 파리의 모든 거리 풍경은 단순한 거리를 넘어 작중 화자의 과거를 담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사실 우리 삶에 있어서도 물건은 단순한 용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매일 뜨는 태양이 물리적으로 어제와 같은 것임에도 의미상으로는 다른 것인 것처럼 모든 사물들은 나와 만나 새로운 의미망을 형성하고 그것을 지속시킨다.

MIT에서 과학사회학을 가르치고 있다는 셰리 터클이 엮은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의미 있는 사물들을 이야기한다. 엮은이와 관련된 MIT교수들부터 주변 교수들에게 각각 그만의 의미 있는 사물에 대한 에세이를 쓰게 하고 이것을 ‘디자인과 연주’, ‘애도와 추억’, 훈련과 욕망’, ‘변화와 이동’, ‘역사와 교류’, ‘망상, 새로운 시각’의 주제로 분류하고 여기에 엮은이의 해설을 앞 뒤로 싫었다.

책의 내용을 이루는 여러 교수들의 에세이는 평이하다면 평이하다. 자신의 오늘을 있게 한 사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 사물들도 자동차, 라디오, 팔찌, 백과사전, 신디사이저, 청소기. 수석, 사과 등 평범하기도 하고 다양하다. 그리고 이에 대한 글쓴이들의 경험, 느낌 또한 극히 개인적이고 평이하다. 그래서 경우에 따라서는 왜 이런 심심한 이야기를 썼고 나는 왜 그것을 읽고 있는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나 같은 경우 글쓴 이들이 셰리 터클의 부탁을 숙제처럼 마지 못해 들어준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심심한 이야기들은 사람과의 관계만큼이나 사물들과의 관계가 구체적인 개인의 삶은 물론 인성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당시로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사물들이 ‘나’와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삶의 의미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는 셰리 터클의 해설을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나의 현재를 있게 한 가장 중요한 사물은 무엇인지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나? 나는 초등학교 5년 때 생긴 Sanyo라디오 겸용 카세트 플레이어가 아닐까 싶다. 그것을 시작으로 음악에 빠졌으니까. 그리고 이것이 나의 외적인 삶을 결정했다면 내적인 삶은 사물보다는 사물의 결핍이 결정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갖고 싶었던 것들이 너무 많았지만 대부분 가질 수 없었던 유년시절을 보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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