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에 결성된 여성 가야금 4중주단 여울의 두 번째 앨범이다. 이 앨범에 담긴 음악은 우리 국악을 중심으로 재즈, 록, 포크 등 다양한 양악을 결합한 퓨전 혹은 크로스오버 음악이다. 여울이 국악과 양악을 결합하는 방식은 가야금의 질감, 간간히 나오는 구음 등을 통해 한국적인 맛을 유지하면서도 전반적인 연주의 흐름은 양악을 적극 차용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니까 정서적으로는 한국적인 맛이 강하면서도 음악적인 면에서는 양악의 맛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 앨범의 대중성은 바로 여기서 출발하지 않을까 싶다. 실제 만하임 스팀롤러의 유명한 ‘Classical Gas’를 비롯하여 ‘봄의 설레임’등의 곡을 들으면 화창한 사운드가 참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여울의 음악은 단순히 쉽고 편함만을 지향하지 않는다. 그들 방식대로 음악적 고민을 하고 이를 앨범에 담아내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경우가 록 그룹 블라인드 페이스의 곡을 연주한‘Do What You Like’이다. 이 곡에서 여울은 원곡의 질감을 유지하기 위해 오르간과 보컬을 기용하는 등 자신들의 과감하다 싶은 시도를 보여준다. 그러면서 어느덧 일반화된 국악과 양악의 만남이 조금씩 새로운 지점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아쉬움도 있다. 폭넓은 세대를 아우르는 음악을 지양하고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들의 음악은 젊은 세대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선곡을 조금 더 젊게 가져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