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세계문학 전집 가운데 나쓰메 소세키의 <그 후>를 읽다. 사실 난 나쓰메 소세키를 일본 현대 작가로 알고 있었다. 서점에서 <도련님>이라는 책의 디자인을 보고 요즈음 붐처럼 읽히고 있는 현대 일본 작가 가운데 한 명으로 이해했던 것이다. 그러나 웬걸. 그는 1900년대 초반에 활동했던 인물이었고 이 작품은 1909년에 씌어진 것이었다.
하지만 그를 현재 활동하고 있는 인물이라 생각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닐 듯하다. 물론 그는 1918년에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이 책의 문체나 사유의 흐름은 이 책이 과연 100여년전에 씌어진 것이 맞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너무나 모던, 아니 현대적인 문체다. 번역을 그리한 것인지는 몰라도 문장의 이어짐, 그리고 그 안에 담긴 현대 사회의 여러 문제-자본 중심의 사회-, 연애관, 자의식 등은 현재에도 유효한 것으로 다가온다.
소설의 내용은 실로 단순하다. 지금의 입장에서 보면 쿨한 감성, 쿨한 생활을 추구하는 주인공이 친구의 아내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그로 인해 집에서의 원조를 받지 못하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350여 페이지의 분량이 이리 단순한 문장으로 정리될 간단한 서사라 놀랄 수도 있지만 그 간단한 줄거리와 달리 그 안에 담긴 세기말적 문화에 대한 애착의 정서, 일상과 이상적 삶에 대한 튀는 사고, 세련된 심리 묘사 등이 있어 읽는 재미는 상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