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골목이 말을 걸다:골목이 품은 서울의 풍경 – 김대홍 (Nexus 2008)

나는 서울을 좋아한다. 그리고 70년대에 향수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걷기를 나름 좋아한다. 특히 아무 낯선 동네에 나 자신을 떨궈놓고 헤매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 봐야 집에서 가까운 동네에 그치곤 했지만 그래도 생경한 길을 걷다 보면 큰 여행을 떠나온 것 같은 느낌에 삶이 새롭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만났다. 서울 곳곳의 작은 골목을 다니며 그 골목에 담긴 향수, 시간의 흐름에 변해가는 모습 등을 아련하게 담아낸 책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다룬 골목은 종로구, 동대문구, 관악구, 중구, 성북구, 성동구, 서대문구, 동작구의 골목들이다. 강남쪽이 빠진 것은 아무래도 이쪽이 이젠 골목다운 골목을 제대로 볼 수 없기 때문이리라. 그래도 내가 살고 있는 강동구가 있었다면 더 반가웠을 것 같다.

그런데 골목을 주제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저자는 골목을 통해 동네 자체를 그리는 데 더 집중하고 있다. 오래된 이발관, 중국집들, 동네 슈퍼, 계단, 그 동네에 관련된 문화 유적, 유명 인사의 생가 등 골목에서 출발해 동네를 이루는 것들을 하나씩 소개해 나간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그 동네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이 책을 통해 서울 안에서 우리의 과거가 많이 사라지긴 했지만 또 그 와중에 희미하게나마 많은 과거들이 남아 있다는 데 놀라게 된다. 그래서 늦기 전에 보존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이 책은 자전거를 타고 골목을 다닌 기행문 형식을 띠고 있다. 그리고 간간히 사진을 곁들였다. 좋은 구성인데 사진이 좀 더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순간이 좀 있다. 훈훈한 설명을 읽다 보면 눈으로 확인하고픈 맘이 절로 드니 말이다. 직접 가보라고 하기 위해서 사진을 줄인 것일까? 아무튼 사진이 더 있었다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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