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두아르도 멘도사는 현대 스페인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이 소설이 처음이다. 국내에 스페인 문학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편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 스스로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중에 이 노 작가를 알게 되었는데 생각 외로 신선하고 재미있다.
소설은 지구에 도착한 후 구르브라는 동료와 소식이 끊긴 외계인이 바르셀로나에서 2주를 보내며 보고 겪은 것을 일기 형식으로 기록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그 서술이 무척이나 코믹하고 풍자적이다. 이방인의 눈에 비친 바르셀로나-나아가 지구의 대도시-를 그리고 있으니 모든 것이 낯설고 때로는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겠는가? 예를 들면 복잡한 교통, 환경, 올림픽-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을 준비한다고 곳곳을 파헤친 공사 현장에 대한 시선은 그리 호의적이지 못하다.
하지만 작가는 바르셀로나를 비판하기 위해 이 소설을 쓰지는 않았다. 오히려 애정이 더욱 더 많이 보인다. 두 외계인이 우주선을 보내고 지구에 남기로 결심하는 것 자체가 좋은 예이다. 외계인이 남게 된 것은 결국 지구인들과의 관계, 그 삶의 모습에서 애정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소설은 바르셀로나에 대한 찬가 비슷한 대접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애초에 신문에 연재되었으니 그럴 법도 하다.
사실 소설에서 나를 매혹시킨 것은 외계인이 마음만 먹으면 은행 계좌도 조작하고 원하는 사람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혹시 우주의 어느 곳에 내가 자유로이 변신이 가능하고 경제적인 부담도 없는 능력자로 살아갈 수 있는 별이 있을까? 싶은 생각을 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