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태생으로 가요사를 연구한 저자가 우리 가요 가운데 서울을 주제로 한 노래들을 시대 상으로 나누고 그 안에서 주제를 정해 바라보고 있는 책이다. 서울을 좋아하는 나이기에 당연히 관심이 갔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가요라는 것이 그 시대상을 직간접적으로 얼마나 잘 반영했는가를 새삼 느끼게 된다. 아울러 단순한 가사 하나가 대중들의 의식에 영향을 줄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러므로 검열성 심의가 있었던 과거, 노래에서도 의식을 조정하려는 권력의 힘이 있었다는 것이 안타깝고 분하게 다가온다.)
저자는 자신의 고향 서울에 대한 애정으로 일제 시대부터 2000년대까지 시대별로 차근차근 나누어 노래 속의 서울을 분석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겪은 서울의 모습을 담담하게 상기해 나간다. 이런 서술이 나는 마음에 든다. 하지만 광화문 연가라는 책 제목이 주는 아련한 낭만성과 실제 내용은 좀 차이가 있다. 특히 70년대 유신 정권 시대 이후의 가요를 살피게 되면 그 시대를 살아온 저자답게 서울에 대한 어두운 면을 상당히 많이 묘사한다. 그리고 그것이 전혀 과장스럽지 않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음을 인정하게 되면서도 70년대 이후 서울의 모습이 계속 어둡게 그려지고 있다는 것은 서울 관련 책을 읽을 때마다 아쉽게 느껴진다. 그래서 자처럼 치열한 시대적 현장을 지나오지 않은 그러니까 적어도 저자와 한 세대 후의 세대가 서술한 서울 관련 책을 기다리게 된다. 그러니까 저자도 부분적으로 밝혔듯이 어두운 시대에도 빛은 있었다는 것이다. 최근 중세에 대해 새로운 조명을 가하려는 것처럼 이런 시도가 있었음 좋겠다. (정치적 이유로 힘들까?)
한편 폭 넓은 가요들을 언급하지만 90년대 이후의 가요들에 대해서는 다소 그 관심이 덜한 듯한 느낌이다. 사실 90년대 이후의 정치와 이념에서 탈주하고 오로지 욕망만 하는 서울을 그린 가사들을 좀 더 다루는 것이 필요했다. 또한 책에서 언급된 가요들이 모두 히트 곡이었는지 궁금하다. 같은 가요지만 그래도 히트 곡들이 중심이 되었어야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왜냐하면 가사가 중요하다면 사운드 외에 가사 때문에 노래가 인기를 얻었어야 하고 그랬을 때 히트한 곡일 수록 그 시대의 정서와 더 잘 맞물려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물론 70년애 이후 정치적 이유로 인해 소외된 민중 가요는 열외로 놓아야 하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70년대 이후 이들 민중 가요, 저항 가요에 더 큰 비중을 둔 것은 꼭 그랬어야 했나 싶다.)
아무튼 가요에 나타난 서울을 사회사적으로 바라본 이 책이 난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