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다르 X 고다르 – 데이비드 스테릿 엮음 (박시찬역, 이모션북스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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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먹고 책으로 만들기 위해 충분한 생각을 하고 그것을 다시 충분한 시간을 들여 글로 쓰고 검토하면 아무래도 자신을 꾸미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아무리 순수한 마음으로 글을 쓰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때로는 사람들과 나눈 대화를 묶어서 한번에 조망하는 것이 한 사람-그 사람이 기록될 정도로 유명하다면-의 실체를 파악하는데 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이 책은 프랑스의 영화감독 장 뤽 고다르가 1961년부터 1996년 사이에 가졌던 인터뷰, 좌담회 등을 모아놓은 것이다.

이들 인터뷰를 통해서 이 책은 장 뤽 고다르가 자신의 하고자 하는 말이 분명했으면서도 한편으로 촬영/편집 과정에서 영화가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 새로운 의미 생산 가능성에도 길을 열어두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또한 서로 그리 관련 없는 것들이 몽타쥬(편집)를 통해 색다른 의미를 만들어 내는 것이 진정한 몽타쥬라 생각했음을 확인하게 한다. 또한 그는 누벨 바그의 기수답게 프랑스의 낡은 영화 전통을 거부하는 한편 헐리 우드의 치밀한 준비에 의거한 작업도 거부했다.

뭐. 이런 부분은 영화사적으로도 확인된 것이리라 생각한다. 이 외에 이 책에서 내가 특별히 관심을 기울였던 것은 그가 상당히 까다로운 성격을 지녔다는 것, 그만큼 자기 고집으로 타협을 거부한 자신만의 영화관을 밀고 나갔다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예술가적 아집이 단단한 사람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한편 여러 인터뷰들이 상당한 시간차를 보이고 있기에 그 사이의 변화 등을 확인할 수 있긴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살짝 고다르의 기본적인 생각들이 동어반복적으로 다시 등장에 등장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면 한 인간의 특정한 면이 부각되기는 하지만 그가 상당히 고집스러웠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고다르에 관심을 갖고 보다 깊게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냥 고다르가 누구인가 정도에 관심이 있다면 그만큼의 효과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이 책은 전자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느낌이 강하다.

나는 그의 영화를 보는 것 외에 영화의 오디오만 담아낸 앨범을 갖고 있다. 그 가운데 그가 비디오로 작업한 <Histoire Du Cinema> 박스 세트를 갖고 있다.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이 영화의 대본을 책으로 내기도 했다.) 그리고 알랭 들롱이 나왔던 <누벨 바그>도 대사와 음악이 어우러진 오디오 앨범만 갖고 있다. 그것을 그냥 귀로 들으면서 나는 그가 상당히 엄격하고 무거운 사람이라 생각했다. 특히 <영화의 역사>를 들을 때 그랬다. 그는 하나의 바위처럼 다가왔다. 그것을 이 책에서 다시 확인했다. 물론 젊은 시절의 인터뷰들은 그나마 좀 그 무게가 덜하다. 기존의 바위를 깨려고 하는 젊은 감성이 느껴진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내가 느낀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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