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에 발매되었던 정원영의 다섯 번째 앨범 <꿈과 한 패인 선잠에 눌려……>는 7년 만의 새 앨범이라는 사실과 상관 없이 음악적 깊이만으로 무척이나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전처럼 일상에서 겪었던 일들에서 단초를 얻어 곡을 만드는 것은 여전했지만 그 표현이 직접적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피아노로 담담하게 자신의 삶을, 그를 둘러싼 우리네 세상의 1년을 표현했던 것이다.
이후 2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새 앨범도 그렇다. ‘선인장과 치즈’, ‘행복해졌어’같은 밴드 음악이 있기는 하지만 나머지 8곡은 지난 앨범처럼 오로지 피아노 솔로로만 이루어져 있다. (그 가운데‘태양의 계절’은 보컬 곡이다.) 그리고 그 연주들은 긴장은 있지만 결국엔 아련한 서정으로 귀결된다. ‘새벽을 걷다’, ‘후회’같은 곡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긴장 어린 서정은 미니멀한 방식의 연주에 기인한다. 그는 에릭 사티의 가구 음악처럼 왼손의 움직임은 간결하게 가져가고 오른 손으로는 충분한 여유 속에 아쉬움, 외로움, 감사 등 곡을 만들 당시 그가 겪었을 감정들을 사색적인 선율로 이어가는 연주를 펼친다. 그래서 그의 연주는 단번에 감상자를 사로잡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매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아니다. 여러 차례 차분히 읽을수록 그윽한 맛이 나는 문학작품 같다는 것이다. 글쎄 이번 앨범에도 밴드 음악을 담은 것처럼 그가 줄곧 이런 스타일을 지속할 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나는 이런 연주가 그에게 더 잘 어울리지 않나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