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참 불편한 책이다. 읽는 내내 사람 속을 거북하게 하고, 심지어 뒤집어 버린다. 이 책은 그 부제가 말하듯 세계 곳곳에 만연된 증오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래서 소수자 린치, 고문, 강간, 포르노 사이트, 아동학대, 노예화, 대상화, 계급착취, 생태파괴, 홀로코스트 등에 관한 수많은 예를 500페이지 내내 제시한다. 그런 예들은 너무나도 끔찍하고 또 화가 나는 것들이다. 바로 추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으로 제시된 이 사실들 때문에 불편해진다. 비록 그것이 미국을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한국, 서울에서 사는 내게도 큰 자극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수많은 예보다 더 읽기 괴로운 것은 통계 수치들이다. 그 통계 수치들은 극히 예외적인 것 같은 일들이 사실은 상당히 빈번한, 그래서 일상적인 일이 되어버렸음을 실감하게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불편한 것은 이 많은 범죄와 그 안에 깔린 증오가 흔히 말하는 범죄형 인간들에 의해서만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배웠다 하는 엘리트, 조직의 관료, 심지어는 국가 자체가 그러한 반인륜적, 반환경적 일을 주도 하고 있음을 알게 될 때는 책을 읽고 있는 나 역시 예외일 수 없음에 절망하게 된다. (부언하면 한국 정부, 이 정권도 예외는 아니다.)
그렇다면 이 책은 그저 독자를 겁주려 조금이라도 부드럽게 서술할 수도 있었을 내용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일까?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독자를 겁주려 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가 또 다른 증오를 품고 독자를 공포 속으로 몰아가려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이러한 증오의 문화에서 늘 우리 자신은 아닌 쪽으로 생각하며 추잡하고 불쾌한 현실을 보지 않으려 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먼저 이 고통스러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함을 말하려 한다. 그래야 작은 변화라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자가 생각하는 해결책은 문명의 전복이다. 다소 급진적인 사고라 할 수 있겠는데 책을 읽다 보면 증오의 문화가 너무나도 교묘히 우리에게 내면화 되어 있기에 그것이 최선이리라 생각하게 된다. 물론 나 또한 그만큼 증오의 문화를 담담하게 받아들였는지 몰라도 문명의 전복에 대한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아마 다른 독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바로 여기에 모순이 발생한다. 이해하지만 행동하기 어려운 현실. 그렇기에 외면하고 잊고 살아가려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일단 중요한 것은 이 모든 문제들을 직시하는 자세가 아닐까 싶다. 그것이 커다란 혁명적 결과를 낳건 아니건 적어도 작은 변화는 이끌어내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