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권을 읽은 이후 시간을 두고 두 번째 권을 읽었다. 역시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일상적인 동시 철학적 용어들을 중심으로 그 용어들이 어떤 식의 개념 변천을 겪었는가를 서술하고 있다. 그런데 첫 번째 권이 주로 형이상학, 존재론 등의 이론 철학의 주요 개념을 다루었다면 이번 두 번째 권은 인성론, 윤리학, 정치철학 등 실천철학적 개념들을 다루고 있다. 그래서 영혼, 정신, 덕, 선, 악, 국가, 법, 정의, 기예, 창조의 개념사가 등장한다.
이정우 선생이 논하는 이들 단어들의 개념사는 주로 그리스의 자연 철학과 소피스트 철학을 중점으로 설명하면서 중세, 근대 철학에서의 개념 변화를 다루고 있는데 역시 인상적인 부분은 동양 철학에서의 개념사를 동등하게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서양과 동양철학의 유사성 혹은 차이를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그리스어 라틴어 기원의 설명을 통해 하나의 개념이 처음부터 추상적 차원을 띈 것이 아니었음을 생각하게 해주기도 한다. 물론 이들 단어들의 한국어 해석 역시 한자의 구성을 일일이 따져가면서 왜 그리 해석되었는가를 집어준다.
한편 책을 생각하고 써 내려간 것이 아니라 철학 아카데미에서의 강의록을 정리한 것이기에 어렵고 혼란스러운 개념들이지만 설명은 참 이해하기 쉽다.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나름 깊은 사고가 요구된다. 그러나 단지 한 철학적 용어의 정의를 간간히 내리고 마는 다른 철학 개념사 책들과는 다른 세세하고 이해가 편한 설명임에는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