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성제는 재즈 색소폰 연주자이다. 그것도 실력이 뛰어난. 조금 더 그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겐 음악적 스펙트럼이 무척 넓은 연주자, 작곡가, 밴드의 리더로 알려져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건 간에 기존에 그의 음악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이번 새 앨범은 무척이나 당혹스럽고 놀라운 것으로 다가올 것이다. 왜냐하면 재즈 연주자 손성제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포크, 록, 월드 뮤직을 가로지르는 싱어송 라이터 손성제가 앨범 가운데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그는 색소폰을 연주하지 않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노래까지 부른다! 전문 보컬에 비해서는 소박한 수준이지만‘사랑하냐고’같은 곡에서는 정서적으로 상당한 설득력을 보인다.
표변(豹變)에 가까운 새로움에 기존 재즈 애호가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재즈에 대한 배신감을 느낄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12곡으로 구성된 앨범을 차분하게 듣다 보면 비록 재즈가 아니어도, 손성제 자신의 노래와 하림, 조원선, 박창학, 이상순, 안신애 등의 노래가 색소폰을 대신하고 있어도 기존 손성제의 감성은 그대로임을 느끼고 이내 재즈와 상관 없이 앨범의 진정성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또한 재즈 연주자로서의 손성제를 모르는 가요 중심의 감상자에겐 실연의 아픔을 주제로 한 낯선 싱어송 라이터의 잘 만든 앨범으로 비추어질 것이다. 물론 이러한 매력에도 불구하고 가슴 한편으로는 재즈를 연주하는 손성제가 그립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