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재즈는 연주자나 보컬을 단순히 기능인의 차원에서 머무르게 하지 않는다. 즉, 연주를 잘하고 노래를 잘하는 것만으로 완성된 재즈인으로 평가할 수 없게 한다. 여기에 자신만의 음악적인 무엇, 색, 스타일이 있어야 그를 뛰어난 연주자, 보컬로 인정한다. 이것은 현대 재즈가 갈수록 다양, 세분화의 길을 걷고 있기에 파생된 결과다. 아무튼 현재 인정 받는 많은 연주자나 보컬들은 모두 자신만의 매력, 스타일을 지니고 있다.
우리의 재즈 보컬 웅산도 자신만의 개성을 완성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하지만 지난 두 장의 앨범에 담겼던 그녀의 노력이 과정이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드디어 완성된 자신의 개성을 담는데 성공했다고 하고 싶다. 사실 그녀의 첫 앨범 <Love Letter>는 재즈 보컬로서의 자기 선언의 의미가 강했고 지난 두 번째 앨범 <The Blues>는 자신의 보컬이 지닌 강한 카리스마를 인식시키는 의미가 강했다. 그런데 이번 세 번째 앨범에서는 지난 두 앨범의 장점을 하나로 아우르면서 여기에 그녀의 음악적 사고가 부가되어 개성강한 보컬 웅산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것은 무엇보다 몇 곡의 스탠더드 곡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곡이 웅산 그녀가 직접 곡과 가사를 쓴 것이라는 것에서 드러난다. 보컬에 머무르지 않고 사운드를 비롯한 모든 것을 사고하는 뮤지션의 자세로 이번 앨범을 녹음했음을 생각하게 해주는 부분이다. 특히 슬픔과 상실이라는 정서가 주조를 이루는 그녀의 가사는 그녀의 개성, 개인적 측면을 부각시키는데 큰 일조를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가사와 분위기는 재즈 애호가뿐만 아니라 보다 폭넓은 감상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기초로 작용한다.
한편 재즈나 블루스라는 스타일 자체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정서에 따라 자유로이 설정된 사운드 또한 새로이 변모된 웅산을 인식하게 한다. 실제 사운드는 기타를 중심으로 한 소박 담백함이 특징인데 스타일적으로 본다면 재즈를 기본으로 블루스와 포크, 팝적인 성향의 결합으로 생각할 수 있겠다. 그래서 혹자는 앨범의 장르적 특성에 대해 회의적 태도를 보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스타일의 억압에서 벗어난 사운드가 그녀의 가사와 만나 웅산만의 것이다라고 할 수 있는 우울한 정서를 만드는 것을 확인한다면 이를 마냥 부정적인 것으로 볼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지극히 개인적인 방식으로 바뀐“Angel Eyes”, “Blame It On My Youth”같은 스탠더드 곡들을 들어보면 쉽게 이해된다.
이렇게 사운드가 새로운 방향으로 흐르다 보니 웅산의 보컬도 바뀌었다. 물론 블루스에서 강점을 드러내는 그녀의 매력을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평소보다 힘을 빼고 가사의 의미와 그에 담긴 정서에 집중하는 창법은 분명 새롭게 다가온다. 특히 “미워하고 그리워하며”, “사랑이 널 놓아준다”같은 곡에 담긴 슬픔은 앨범의 백미인 동시에 잊혀지지 않을 웅산에 대한 추억을 만들어 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