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플레이가 결성 된지 어느덧 1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통산 10전째 앨범을 발매했다. 이제 포플레이는 나름대로 정규 밴드로서의 이미지를 확고히 굳혔다는 느낌이 든다. 사실 처음 이 그룹이 1991년 첫 앨범을 선보였을 때 그 누구도 이 그룹이 오래 갈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왜냐하면 당시 스튜디오에 모였던 밥 제임스(키보드) 리 릿나워(기타) 나탄 이스트(베이스) 하비 메이슨(드럼) 모두 (지금까지도!!) 컨템포러리 재즈계를 주름잡는 대표적 스타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된 것도 특별한 계획을 갖기 보다는 밥 제임스의 1990년도 앨범 <Grand Piano Canyon>(Warner 1990)에 다른 세 연주자들이 몇 곡에 세션으로 참가하면서부터였다. 그러니까 당시 이들은 마음이 맞으니 한번 시험 삼아 앨범을 만들어보자 했을 것이다. 따라서 그룹이름 Fourplay도 그룹의 결속력보다는 잘 나가는 연주자 넷이 모였다는 것을 더 강조하는 성격이 강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1991년 이후 지금까지 그룹이 유지될 수 있었을까? 그것은 내가 생각하기에 그룹 멤버의 의지보다 그룹의 음악에 매료된 감상자들의 커다란 성원 때문이었다. 그래서 기타 연주자가 리 릿나워에서 래리 칼튼으로 바뀌면서까지 그룹이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이다. 아마 기타 연주자가 교체되었던 1998년에서야 각 멤버들이 그룹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
어쨌건 시간은 15년이 흘렀고 포플레이는 건재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10번째 앨범 <X>가 발매되었다. 그런데 그룹 결성 15주년도 의미가 깊지만 통산 10번째 앨범이라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포플레이가 앨범을 제작하는 방식은 그다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이들은 그룹인 동시에 개성 있는 솔로 연주자들의 결합임을 앨범에 드러낸다. 그 결과 앨범 수록곡은 네 멤버가 각각 두 곡씩 작곡하고 외부 곡으로 스티브 윈우드의 “My Love’s Leavin’”을 선택했으며 또 이 곡을 마이클 맥도널드에게 노래하게 했다. 이런 구성은 이미 이전 앨범들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사운드 또한 기존 포플레이의 매력을 유지하는 방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예의 매끄럽고 편안하며 그 안에서 개별 연주자들의 탄탄한 호흡이 돋보이는 연주가 앨범 전편을 채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이번 앨범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것으로 비추어질 수도 있겠다. 분명 이전요소, 방식들이 반복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반복은 결코 지겹다거나 질리다는 느낌을 유발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그래 이게 바로 포플레이의 사운드지 라는 안도의 느낌을 이끌어 낸다. 그것은 바로 앨범에 담긴 멋진 분위기가 개별 연주자들의 탄탄한 호흡에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즉, 연주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익숙함이 질리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앨범 역시 이전 앨범들처럼 매혹적인 앨범으로 기억되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