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럼 연주자 벤 볼은 캐나다 출신이지만 한국에서 꾸준한 활동을 해왔다. 이런 그가 4년의 시간을 들여 만든 첫 앨범을 선보였다. 그와 오랜 시간 함께 한 기타 연주자 정재열을 비롯하여 켄지 오매, 이원술이 함께 한 퀄텟 편성이다. 피아노가 없는 편성이다 보니 벤 볼의 드럼이 자연스럽게 사운드의 중심에서 강조되어 드러난다. 그런데 이 앨범은 최근 몇 년간 국내에서 제작된 앨범들 가운데 몇 안 되는 순도 높은 즉흥 연주와 인터플레이를 들려주는 앨범으로 기록될 것 같다. 기존의 어법을 근간으로 다양한 실험과 시도가 가미된 작곡도 작곡이지만 이 곡을 가지고 긴장과 속도감을 시종일관 유지하면서 네 연주자가 펼치는 감각의 교환은 정말 짜릿한 쾌감을 선사한다. 특히 드럼과 기타의 조화는 사운드의 질감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 이 앨범의 진정한 미덕은 이런 연주자들의 빼어난 연주들이 잘 정돈된 모습으로 예상치 않았던 현대적인 정서의 이차적 상상을 이끈다는 것이다. 연주자의 존재를 뒤로 물리지 않으면서도 보다 폭 넓은 상상을 가능하게 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런 이유로 나는 이 앨범을 한국 재즈를 보다 즐겁게 만든 앨범으로 평가하고 싶다.
Words Within – Ben Ball (C&L 2005)
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