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 마리아 로겐의 보컬과 에를렌드 스콤스볼의 피아노 연주가 매우 인상적인 컴 샤인의 3번째 앨범은 대형 오케스트라와의 공연 실황을 담고 있다. 앨범을 듣기 전에 나는 수록곡들이 기존 두 장의 앨범과 크게 다르지 않아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저 다시 한번 뛰어난 보컬과 피아노 연주를 확인하겠거니 했다. 실제로 이 앨범에서 드러나는 네 멤버들의 개인기와 조화는 새삼 감탄하게 할 정도로 뛰어난 것이다. 게다가 오케스트라를 하나의 악기처럼 단순화시킨 대신 음악에 보다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만든 것 또한 매우 독특하다. 그러나 이 공연 실황을 듣는 재미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나아가 숨은 그림 찾기 식으로 이들이 끼워 넣은 지난 앨범의 흔적들을 발견하는데 있다. 즉, 이전 스튜디오 앨범의 즉흥 연주 부분을 새롭게 기보하고 편곡하여 연주에 재활용하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그 사용이 매우 절묘하여 발견하는 순간 저절로 감탄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러한 재활용은 자연스럽게 스튜디오 앨범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만드는데 이 앨범이 새로운 느낌을 주면서 이미 들었던 듯한 기시감(Déjà Vu)을 주는 것은 이러한 재치 때문이다. 단순한 박수소리의 추가에 머무르지 않는 재기 발랄한 공연 실황 앨범이다.
With The Norwegian Radio Orchestra In Concert – Come Shine (Curling Legs 2004)
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