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ch Way Is East – Charles Lloyd & Billy Higgins (ECM 2004)

cl  2001년 1월, 그러니까 빌리 히긴즈가 세상을 떠나기 4개월 전 그는 찰스 로이드의 집에서 혼신을 다해 녹음을 했다. 앨범화하겠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순수하게 연주하고픈 욕구를 충실히 따른 결과였던 이 녹음은 그의 마지막 유언이 되었다. 설령 이 이후 빌리 히긴즈가 새로운 녹음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 음악적 의미에 있어서는 이 녹음을 따라갈 수 없을 것이다.

각각 작은 단편 몇 개로 구성된 8개의 조곡들은 찰스 로이드와 빌리 히긴즈의 모든 세월이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연주자는 각각의 전문 악기인 색소폰과 드럼 외에도 피아노, 베이스, 기타 등을 능숙하게, 그리고 마음으로 연주하고 있는데 그 연주 속에는 빛나는 젊음으로 자유로이 비상하는 연주를 펼쳤던 시절의 지속, 아프리카 음악의 근원에 대한 탐구, 그리고 이를 통한 가상적 민속 세계의 희구 등이 담겨 있다.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은 관조적 자세만을 요구하는 여러 사정들과 상관없이 아직 두 연주자에게 열정이 과거가 아닌 현재에도 유효한 동력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실제 만약 빌리 히긴즈가 사망하지 않았다면 과연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솔직하고 자유스러운, 그래서 감동이 더 큰 연주가 앨범으로 발매될 수 있었을까?

끝으로 소박하게 두 연주자의 불꽃을 잡아낸 찰스 로이드의 동반자이자 제작자인 도로시 다르의 녹음과 이 순수한 대화를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낸 버니 그룬드만의 훌륭한 마스터링을 함께 언급한다.

댓글

  2001년 1월, 그러니까 빌리 히긴즈가 세상을 떠나기 4개월 전 그는 찰스 로이드의 집에서 혼신을 다해 녹음을 했다. 앨범화하겠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순수하게 연주하고픈 욕구를 충실히 따른 결과였던 이 녹음은 그의 마지막 유언이 되었다. 설령 이 이후 빌리 히긴즈가 새로운 녹음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 음악적...Which Way Is East – Charles Lloyd & Billy Higgins (ECM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