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피터슨은 듀크 엘링턴이 재즈 피아노의 제왕이라 불렀을 정도로 재즈 피아노의 한 획을 그었던 중요한 연주자이다. 그는 전광석화(電光石火)만큼이나 빠른 기교와 그럼에도 잃지 않는 스윙감, 그리고 내재된 낭만성으로 대중적 사랑을 받았다. 캐나다 출신인 그는 1949년 몬트리올의 재즈 클럽에서 연주하고 있던 중 명 제작자 노먼 그란츠에 발견되어 미국에 진출할 수 있었다.
1950년대 대부분을 레이 브라운(베이스), 허브 엘리스(기타)가 함께 한 트리오로 활동했던 그는 1958년 허브 엘리스가 떠나자 약간의 방황기를 거쳐 1959년 드럼 연주자 에드 티그펜을 영입해 새로운 트리오를 결성했다. 이 새로운 트리오는 수 많은 명반을 녹음했다. 특히 스탠더드 곡을 정리라도 하려는 듯 작곡가별로 10장의 송북 앨범을 1959년 한 해에 녹음하기도 했다.
이 앨범은 레너드 번스타인이 작곡한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곡들을 연주한 것이다. 트리오가 이 앨범을 녹음하게 된 것은 뮤지컬 보다는 석 달 전에 개봉했던 영화의 인기가 대단했기 때문이었다. 말하자면 상업적인 이유가 작용했다는 것인데 그렇다고 오스카 피터슨은 자신의 스타일을 버리지 않았다. 그 스스로가 당대의 인기 피아노 연주자였던 만큼 레너드 번스타인의 곡들을 그만의 밝고 산뜻한 스타일로 자신 있게 바꾸어 연주했다. 그 결과 ‘Jet Song’이나 ‘I Feel Pretty’는 물고기가 수면 위로 튀어 오르는 듯 싱그럽게 연주되었고 ‘Maria’나 ‘Somewhere’는 사랑스럽게 연주되었다. 그러니까 이 앨범에서만큼은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은 비극이 아닌 행복한 이야기가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