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앨범은 지난 2003년 노르웨이 보사 지방의 재즈 페스티벌을 위해 기획된 음악이다. 그런데 앨범 타이틀 Vossabrygg은 영어로 Vossa Brew로 해석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이 경우 우리는 저절로 마일스 데이비스의 문제작 <Bitches Brew>를 생각하게 된다. 실제 이 앨범은 여러모로 마일스 데이비스의 일렉트릭 퓨전 시대를 연상하게 만든다. 거대한 자유 구조 속에서 여러 일렉트릭 악기들이 충돌하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냈던 그 사운드를 새로운 차원에서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것은 테르예 립달에게는 새로운 시도가 아니라 익숙한 작업에 해당한다. 왜냐하면 최근 그의 관심이 클래시컬한 구성과 질감을 지닌 사운드의 연출에 머무르고 있지만 그 이전에는 마일스 데이비스의 영향권 아래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새로운 시도를 위해 그는 부게 베셀토프트를 비롯, 욘 크리스텐센, 팔레 미켈보르그 등 여러 유명 재즈 연주자들을 불렀다. 하지만 이들과 함께 만들어 낸 사운드는 여러 모로 <Bitches Brew>와 닮아 있지만 집단 즉흥 연주보다는 잘 정돈된 면을 보인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게다가 다양한 사운드의 변화 속에서 기타와 키보드 그리고 립달의 아들 마리우스 립달이 아버지의 과거 음악에서 뽑아낸 샘플들이 어우러진 음악의 흐름을 듣노라면 마일스 데이비스의 퓨전 시대의 환영은 물론 최근 립달의 클래시컬한 작품의 진행이 연상되기도 한다. 그러니까 사운드의 질감은 바뀌었지만 현재 테르예 립달의 기본 음악은 그대로 진행중이라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