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aticum – E.S.T (ACT 2005)

est최근 E.S.T의 음악적 관심은 반복과 차이에 있는 듯하다. 새로이 발매된 <Viaticum>을 들어보면 2002년 작 <Strange Place For Snow>와 2003년 작 <Seven Days Of Falling>의 연장선상에서 연주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모든 곡들이 단순한 패턴의 강박적 반복을 기반으로 반복의 사이를 오가는 피아노 연주로 이루어져 있으며 사운드의 강약조절로 서사성을 획득해 나가는 방식은 이미 이전 두 앨범에서 기막히게 보여졌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앨범의 반복이 지루함을 의미한다고 하면 우리는 커다란 감동을 놓쳐버리게 된다. 분명 이전에 보여주었던 다양한 시도들을 정리하고 이 단순한 반복의 세계에 사로잡혔다는 사실이 아쉽기는 하지만 이 무한 반복이 만들어 내는 세계가 실로 매혹적임을 깨닫는다면 그 아쉬움은 충분히 상쇄되고 남는다. 실제 E.S.T의 세 연주자는 한편의 존재하지 않는 영화의 사운드트랙을 만들어 나가듯 느림과 반복, 그리고 그 반복 속에서 은밀히 드러나는 차이로 어둡고 축축한 세계를 직조해 나간다. 그 세계는 기존의 어느 재즈 연주자들에게서 발견할 수 없었던 처절한 비의(悲意) 세계다. 특히 앨범의 감동적 백미는 아직 이들의 반복이 멈추지 않을 것임을 예견하는 듯 히든 트랙으로 감추어진 채 담겨 있는 이름 모를 트랙에 있다. “임종 만찬”이라는 앨범 타이틀의 의미를 타이틀 곡 이상으로 가슴 시리게 표현한 이 트랙을 듣노라면 다소 비관적인 이들의 세계가 독약처럼 온 몸을 파고 드는 듯한 환상에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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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E.S.T의 음악적 관심은 반복과 차이에 있는 듯하다. 새로이 발매된 <Viaticum>을 들어보면 2002년 작 <Strange Place For Snow>와 2003년 작 <Seven Days Of Falling>의 연장선상에서 연주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모든 곡들이 단순한 패턴의 강박적 반복을 기반으로 반복의 사이를 오가는 피아노 연주로 이루어져 있으며...Viaticum – E.S.T (ACT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