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많은 애호가들은 스무드 재즈에는 분위기만 있고 음악은 부재한다는 식의 평가를 내리곤 한다. 그것은 전통적인 관점에서 볼 때 즉흥 연주와 그 사운드가 매우 정형화된 면을 보이고 있기 때문인데 베이스 연주자 제랄드 비슬리의 경우는 이러한 관점에서 조금은 비켜서 생각을 해야 할 것 같다. 그는 스탠리 클락 이후 퓨전 베이스를 대표하는 연주자 중의 한 사람이다. 게다가 그는 연주 외에 음악을 기획하고 밴드를 리드할 줄 안다.
이번 앨범은 이러한 그의 장점들이 아주 잘 드러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앨범은 부드러운 분위기와 달리 탄탄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이것은 그는 결코 연주자를 분위기에 희생시키지 않기에 가능한 것이다. 보통 최근의 스무드 재즈는 연주자가 직접 연주하건 프로그래밍을 하건 솔로 리더 연주자를 중심으로 사운드가 전자화되는 면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앨범은 진정한 그룹 연주라 할만하다. 그는 거의 기타처럼 베이스를 연주하면서도 기교의 과시에 중점을 두지 않고 전체 사운드의 구심점으로서의 역할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그래서 그만큼 다른 세션 연주자들에게 연주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자리를 폭 넓게 마련해 주고 있다. 이것은 단지 솔로 연주를 허용하는 차원이 아니다. 연주자간의 유기적 연결을 요구하는 아기자기한 편곡을 통해 이를 실현해 나가고 있다. 앨범의 타이틀곡 ‘Velvet’같은 곡이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는데 멜로디와 분위기가 Crusaders를 많이 연상시키는 이 곡은 담백한 베이스와 브라스 섹션, 그리고 키보드간의 긴밀한 호흡이 매우 뛰어나다. 그래서 스타일은 스무드 재즈이지만 각 연주자들의 조화와 연주에 대한 집중은 여느 메인스트림 재즈 못지 않다. 한편 그의 이번 앨범이 보다 음악적으로 드러나는 데에는 사운드에 있어서 명확한 지향점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앨범에서 그는 소울과 펑키에 대한 강한 향수를 드러낸다. ‘Let’s Do It Again’, ‘Home’같은 보컬 곡과 ‘Bread Puddin’’, ‘Forever’가 그 좋은 예라 생각된다.
이렇게 밴드적 특성과 음악적 개성 속에서도 이 앨범은 스무드 재즈의 성격을 잃지 않는다. 손가락 하나를 까딱거릴 정도의 밝고 유쾌한 정서가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지속되면서 편안한 감상을 유도하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생동감 있는 연주를 기반으로 하기에 부드러움이 그렇게 쉽게 싫증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