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이탈리아 특유의 유쾌하고 해학적인 연주에 즉흥 연주의 묘미를 적절히 가미한 음악을 들려주었던 색소폰 연주자 지안루이지 트로베시. 그런데 그의 ECM 앨범들은 유쾌함보다는 낭만적 향수가 더 부각되곤 한다. 이번 새로운 트리오와 함께 녹음한 앨범도 마찬가지다. 특히 이번 앨범은 순수하다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나 싶은데 재즈보다는 오히려 클래식에 가까운 깨끗하고 투명한 사운드가 매력적이다. 그것은 조스깽 데스프레, 몬테베르디, 알프레도 피아티 등의 클래식 곡들이 대거 연주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지안루이지 트로베시의 비브라토가 없는 고운 알토 클라리넷과 질감부터 클래식적인 움베르토 페린의 맑은 피아노 연주 때문이다. 한편 수록 곡들이 하나의 작은 소품처럼 짧게 연주되었다는 것도 사운드의 순수한 측면을 강조한다. 반면 이로 인해 좀더 지안루이지 트로베시만의 극적인 무엇을 기대하는 감상자들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도 있겠다. 그러나 서정으로 가득한 멜로디와 사운드가 주는 정화의 느낌만으로도 이번 앨범은 만족스럽다. 앨범 타이틀이 “모호한 이미지”, “아름다운 그림”을 의미하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Vaghissimo Ritratto – Gianluigi Trovesi, Umberto Petrin, Fulvio Maras (ECM 2007)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