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음악 환경 중 제일 부러운 것은 다양한 성향의 음악들이 자유로이 교차한다는 것이다. 물론 팝, 클래식, 재즈, 민속 음악 이런 커다란 구분이 분명 존재하지만 유럽에서 이들 음악들은 늘 역동적으로 움직이면서 서로 교류한다. 그래서 또 다른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것은 감상자들의 취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흔히 말하는 장르 중심이 아닌 자신의 취향 중심으로 감상자들은 다양한 음악을 접한다. 그래서 다양한 음악에 열린 감상자 가운데 몇은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내는 음악인으로 성장하기도 한다.
프레데릭 스탈이 바로 그런 경우다. 원래 스웨덴에서 태어난 그녀는 프랑스와 스웨덴을 오가며 성장했다. 그리고 이렇게 감수성이 예민할 유년 시절에 가졌던 유랑적 삶은 그녀에게 다양한 음악에 귀를 기울이게 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재즈에 머물면서도 그녀의 음악에는 다양한 성향이 정서적으로 잘 혼재 되어 드러난다. 음악적 모국인 프랑스에서 시작해 스웨덴, 독일 일본으로 이어지는 성공을 거두었던 첫 앨범 <Fraction Of You>(2006)에 이어 새로이 발매된 이번 두 번째 앨범도 마찬가지다. 한국 감상자들에게는 첫 만남이 되는 이번 앨범에서 그녀는 빅 밴드 재즈, 프렌치 팝, 북유럽의 포크 등을 자유로이 결합한 음악을 들려준다. 예를 들면 첫 곡 ‘Monumental Mismatch’에서는 고전적 빅밴드의 향취가, ‘Pourquoi Pas Moi?’에서는 프렌치 팝의 낭만이, ‘Oh Sunny Sunny Day’에서는 복고적 랙타임에 대한 아련함이 느껴진다.
그래서 앨범을 듣다 보면 그녀가 꼭 재즈 보컬로 자신을 한정 지으려 하지 않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아예 그녀는 장르적 구분은 그다지 필요가 없고 음악은 그저 음악일 뿐이라 생각하는 듯하다. 왜냐하면 장르를 가로지르는 그녀의 행동에는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겠다는 음악적 고려보다는 자신에게 충실한, 스스로 만족할만한 음악을 하겠다는 의지만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그녀가 아치 쉡이나 유세프 라티프 등의 피아노 연주자이기도 했던 톰 맥클렁(Tom McClung)에 의해 재즈 보컬에 눈을 뜨게 되었지만 그래도 이번 앨범의 전체 기조가 재즈로 수렴된 것은 의도하지 않은 우연이 아니었나 싶다.
장르적 특성보다 프레트리카 스탈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감성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었나 싶다. 올 해 24세가 된 생기발랄한 젊은 여성의 감성 말이다. 이것은 앨범 수록곡 대부분을 그녀가 직접 작곡했다는 것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즉, 자신의 정서를 음악으로 표현하면서 그동안 그녀가 경험했던 다양한 성향의 음악들이 활용된 것이다.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앨범이 깔끔하게 정돈된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 그녀의 보컬 또한 사랑스러운 매력을 지녔다. 특히 부드러우면서도 비스킷처럼 바삭거리는 맛이 있는 그녀의 보컬은 리사 엑달, 스테이시 켄트 등을 좋아하는 감상자들에게는 새로운 발견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