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콜트레인의 아내로 남편의 음악적 유산을 개성 있게 지켜나갔던 앨리스 콜트레인이 26년 만에 새로운 앨범을 녹음했다는 것은 빅 뉴스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세인의 관심을 끌만한 것이다. 70년대 이후 활동을 멈추었던 그녀의 음악이 그 사이 어떻게 변해있을까? 이번 앨범에서 앨리스 콜트레인은 열정과 뜨거움보다는 부드럽고 안정적이며 그 음악적 시간이 현재보다는 26년 전에 멈추어 있는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그녀의 두 아들 라비와 오란 콜트레인을 비롯하여 찰리 헤이든, 제임스 지니어스, 제프 테인 왓츠 등 화려한 연주자들과 함께 연주한 그녀의 자작곡, 남편의 곡, 그리고 전통 곡들은 이제 아방가르드라는 용어가 60년대를 지배했던 재즈로 그 의미가 한정된 것처럼 미래보다 과거를 더 많이 연상시키며 26년 이라는 긴 공백을 실감하게 해준다. 그녀의 음악에서 과거에 대한 부드럽고 아련한 향수를 느끼게 될 지 누가 상상할 수 있었을까? 한편 앨범에 담긴 명상, 관조적인 사운드의 근원에는 인도나 근동지방의 음악적 정서가 자리잡고 있는데 그것이 존 콜트레인보다는 존 콜트레인의 영향을 강하게 드러냈었던 얀 가바렉의 초기 녹음을 더 연상시킨다는 점은 그녀의 이전 음악을 알고 있는 감상자들에겐 매우 특이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이번 앨범에 담긴 복고적 아방가르드는 그녀의 과거에 대한 선입견이 없는, 그녀를 처음 만나는 감상자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리라 생각된다.
Translinear Light – Alice Coltrane (Impulse! 2004)
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