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프 타우너가 새로운 앨범을 발매했다. 지난 2001년 <Anthem> 앨범을 발표한 이후 5년만이다. 사실 이제 그는 재즈의 다양한 경향과 상관없이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가고 있는 지극히 개인적인 연주자의 이미지가 강하다. 그리고 그 개인성은 음악적으로 새로운 주법을 개발한다던가 하는 기교적인 것과는 다소 거리가 먼 것이기도 하다. 물론 그의 기타 연주는 아주 탁월한 기교가 돋보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또한 그의 연주는 물리적 시간성에서 벗어나 있다. 그래서 그가 발표하는 앨범들은 이전 앨범에 비해 새로운 진화, 기교적 변화, 주법의 발견을 이야기 하기 곤란하다. 왜냐하면 어디까지나 그의 연주는 그가 보고 느낀 경험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매번 랄프 타우너의 기타 음악을 이야기할 때 내가 강조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의 앨범들은 음악적 변화, 진화를 이야기 하기 보다는 이전 앨범 이후 그 부재의 시간 동안 그가 경험한 그만의 세계의 음악적 묘사로서의 성격을 지닌다. <Anthem>에 이어 이번 앨범에서도 기타 하나로 그 5년의 시간 동안 경험한 삶의 풍경들을 담담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그 묘사는 감상성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범접하기 어려운 기교에 기대지도 않는다. 보이는 것 느끼는 것을 기타로 일대일 대응하듯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숙성시켜 관조적으로 표현해 나간다. 랄프 타우너의 기타가 멜로디와 아르페지오 분산 화음을 동시에 진행시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무튼 이렇게 만들어진 개별 곡들은 랄프 타우너의 한 시선을 의미하는 동시에 모여 그의 세계를 형성한다. 그리고 그 세계는 랄프 타우너만의 개인적 시간을 따른다. 그러므로 이 앨범은 기타가 표현하는 선율과 화성 너머의 공간에서부터 감상을 출발할 것을 요구한다.
Time Line – Ralph Towner (ECM 2006)
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