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지 대표적 이미지를 지녔다는 것은 자신을 알리는데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그 밖의 다른 것을 주변에 인식시키기 위해서는 더 큰 노력이 요구된다. 아마도 아르헨티나의 음악에도 이것은 그대로 적용될 수 있으리라. 우리는 아르헨티나 하면 일반적으로 탱고의 나라로 인식한다. 이는 맞는 말이긴 하지만 아르헨티나의 음악 모두가 탱고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에 틀린 말이기도 하다. 여성 보컬 실비아 이리온도가 들려주는 음악은 바로 탱고의 그늘에 가려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간과해 온 아르헨티나, 그리고 나아가 페루, 볼리비아 등 주변 남미의 전통 음악이 지닌 아름다움이다. 기타와 첼로 그리고 타악기 등이 순수하고 깨끗한 형태로 등장하는 사운드를 배경으로 실비아 이리온도는 미성으로 가볍고 소박하게 노래하는데 그 노래들 속에는 앨범의 표지 사진처럼 아르헨티나의 이름 모를 시골의 풍경들이 담겨 있다. 그리고 명확한 음악적 이미지를 충실하게 재현하기 위해서 그녀는 무조건 사운드의 전면에 나서려 하지 않고 필요한 부분이 되거나 아예 곡에서 빠지기도 한다. 그래서 이번 앨범은 단순한 민속 보컬의 앨범이 아니라 시각적 이미지를 지향하는 음악 앨범의 입장에서 감상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