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카산드라 윌슨의 음악을 꾸준히 들어온 감상자라면 이 앨범을 듣는 순간 탄성을 지를지도 모른다. 그것은 음악의 뛰어남이나 그렇지 못함을 평가하기 이전에 이전 앨범에 비해 확연하게 달라진 카산드라 윌슨의 모습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면 이전 앨범에서 보여주었던 그녀만의 개성은 지속되고 있는 동시 일부는 단절된 새로운 모습을 띄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어떻게 이렇게 옷을 새로 갈아 입을 수 있었을까? 생각될 정도로 이 앨범에서 카산드라 윌슨의 모습은 정말 다르다.
이런 변화는 무엇보다 그녀가 오랜만에 피아노, 키보드를 편성에 포함시켰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물론 초기 시절 그녀 역시 건반 악기를 배경으로 노래하기도 했지만 현재 그녀의 음악을 이야기할 때 자동적으로 떠 오르는 것은 하나나 두 대의 기타가 함께 하는 다소 건조한 사운드다. 이 기타의 주된 사용은 그녀의 음악에 원형처럼 자리잡고 있는 블루스적인 측면과 결합하여 그녀의 음악이 지닌 가장 큰 정서적 특징이라 할 수 있는 갈증의 정서를 만들어 내곤 했다. 그러나 건반을 다시 사용하면서 그녀의 음악은 여전히 건조하기는 하지만 새로운 습기를 얻었다. 한편 건반 외에 프로그래밍 사운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것도 새로운 변화 가운데 하나다. 담담하게 사운드의 아래를 때리는 일렉트로닉 리듬은 앨범의 건조함을 포크나 블루스적인 것에서 트립합적인 것으로 바꾸어 놓는다. 그러면서 카산드라 윌슨의 모습도 새로이 재구성하는데 예로 앨범의 첫 곡 “Go To Mexico”를 들어보기 바란다. 분명 그녀의 건조함은 그 안에 일정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 곡에서 그녀는 단속적으로 흐르는 리듬을 타고 유연하게 움직이고 있으며 풍부한 오버 더빙을 사용하여 펑키하고 육감적인 모습마저 느껴진다. 이것은 앨범의 백미인 “Closer To You”나 “Strike A Match”같은 곡에서도 반복된다. 과연 지난 앨범을 들으며 누가 이러한 카산드라 윌슨을 상상할 수 있었을까?
그러나 이렇게 변모된 모습을 보인다고 해서 그녀의 음악이 180도 완전히 바뀌었다고 생각하지는 말자. 건반 대신 두 명의 기타 연주자 마크 리봇, 콜린 린덴과 함께 이전 그녀의 혀가 갈라지고 타들어가는 듯한 갈증의 사운드도 담겨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런 곡들은 건반과 프로그래밍이 함께 사용된 곡에서의 어둡고 우울한 사운드가 주는 매력 앞에서 그다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나는 카산드라 윌슨의 이번 새로운 음악을 거시적으로 보컬 재즈의 새로운 경향이 시작될 것 같다는 식으로 보고 싶지 않다. 다만 카산드라 윌슨의 음악이 새로운 방향으로 이동을 시작했음을 말하고 싶다. 그만큼 이 앨범의 사운드는 단순히 방식을 넘어선 카산드라 윌슨의 감성적 화학작용에 의한 것이고, 따라서 그 누구도 이를 재현하기 어려운 개성적이라는 것이다. 아직 더 많은 앨범들이 앞으로도 내 귀에 들어오겠지만 올 해의 앨범의 하나로 기억될 앨범을 들었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