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앨범은 안톤 체호프의 단편들을 기반으로 마이클 메레디스 감독이 2002년에 제작한 영화 <Three Days Of Rain>을 위한 사운드 트랙을 담고 있다. 그런데 밥 벨든이 작곡하고 전체 녹음을 지휘했기 때문일까? 여타 사운드 트랙과는 비교할 수 없는 완벽한 독자성을 보여준다. 녹음 된 지 수 년이 지난 후인 2006년에 앨범이 발매된 것도 이 때문이리라. 아무튼 보통 영화 음악들은 영상에 종속되는 경향, 그러니까 영상의 분위기를 강조하고 꾸미는 도구적 성격이 강해 독자적 완결미를 지니는 경우가 매우 드물었다. 하지만 이 앨범에 담긴 음악들은 굳이 영화와 관련을 짖지 않고 독자적으로 감상해도 좋을 뛰어난 완성도를 지녔다. 이것이 영화와의 관계를 생각할 때 긍정적이냐를 따진다면 논의의 여지가 있겠지만 영화를 보지 않고 앨범만을 듣는 감상자들에게는 분명 더 명쾌한 음악적 이미지를 선사하리라고 본다. 한편 이 앨범에는 마크 코플랜드, 케빈 헤이스 같은 투명한 시성으로 충만한 피아노 연주자와 중후한 표현력을 지닌 색소폰 연주자 조 로바노 등의 유명 연주자들이 참여했다. 그래서 밥 벨든이 영화를 보고 설정했을 도시의 고독과 낭만을 충실히 표현해 주었다. 그래서 감히 재즈 영화 사운드 트랙의 명작 <Round Midnight>에 버금가는 앨범이라 말하고 싶다.
Three Days Of Rain OST – Bob Belden (Sunnyside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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